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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 기적’을 만든 사람들…산화한 英 선장, 설봉호 선원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허드슨강. 승객 150명을 태운 US에어웨이 1549편이 불시착했다. 여객기가 인근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새 떼와 충돌해 엔진이 멈춰버린 것.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혹한으로 얼음이 언 허드슨 강 위로 비상 착륙을 시도했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과 승무원들은 침몰시 구조가 어렵다고 보고 부력장치를 가동한채 승객들을 양 날개에 균형감 있게 안내했다. 부력장치를 가동한다고 해도 무거운 항공기가 강물위에서 오래버티지는 못한다. 기장과 승무원들의 빠른 판단과 대응으로 승객 150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허드슨 강의 기적’을 만든 건 기장과 승무원들만이 아니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뉴욕항만청의 신속한 대응이다. 여객기가 불시착한 지 불과 3분 만에 구조선과 헬기 등이 현장에 도착해 탑승자들의 탈출을 도왔다. 이 같은 기적은 미국 재난 대응 시스템(NIMS)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살리고 선장과 군인들은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 했던 영국 버큰헤이드호 사건을 묘사한 그림. [사진출처=구글]

16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버큰헤이드호 사건이 있다. 1852년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이드(Birkenhead) 호는 남아프리카로 가던 도중 케이프타운 인근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쳐 침몰했다. 사고 당시 승객은 630여명이었지만,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선장이었던 시드니 세튼 대령은 3척의 구명보트에 여자와 아이들을 나눠 태웠고, 끝까지 배에 남은 군인들과 세튼 대령 등 435명은 결국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버큰헤이드호 전통’은 선장과 선원은 승객 전원구조때 까지 배를 지키며,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살린다는 해상 구조 원칙을 낳았다.

해양사고가 잦았던 영국은 1999년 구조작업을 독자적으로 지휘ㆍ감독할 수 있는 선박구난관리대표부(SOSREP)를 설립했다.이러한 ‘단일화된 책임 조직’은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한 예방 및 구조활동을 담보할수 있었다는 평가다.

2007년 대형 컨테이너선 MSC 나폴리호의 기관실 침수 사고가 그 예다. 당시 나폴리호에는 26명의 선원이 탑승해 있었고 4000톤의 연료유가 실려 있었지만 SOSREP 책임자는 본선을 예인해 영국 남동해안에 임의 좌초시키는 빠른 결정으로 대형 해양오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재난대응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는 한국에도 있었다. 2011년 부산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설봉호(4166톤)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설봉호에는 승객 104명과 승무원 26명 등 130명이 타고 있었다. 자정을 넘겨 모두 잠든 시간이었지만 승무원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화재 사실을 통보받은 선장은 해양경찰에 신고한 후 곧바로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25명의 승무원은 선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지급했고, 승객들을 갑판 위로 대피시켰다. 승무원들은 구명정을 펼쳤고, 승객들은 사다리를 타고 배를 탈출했다. 거문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활동을 펼치던 317함은 구조요청을 듣고 15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 경비정, 해군 경비함 등 30여척이 함께 한 구조작업은 사고 발생 2시간여만에 끝이 났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130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설봉호때처럼만 했더라도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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