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을 바라는가, 전쟁을 바라는가 대답해야 한다”며 공개질문장을 보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박근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공개질문장을 통해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과의 차이, 국가보안법과 5·24 대북조치에 대한 입장 등 10개 항목의 질문을 던졌다.

조평통은 먼저 “박근혜가 말하는 ‘통일’이란 어떤 통일인가”라며 “먹고 먹히는 체제대결이라면 전쟁밖에 없는데 그것을 바라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체제대결은 곧 전쟁이다. 박근혜는 우리와 진짜로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평화통일에도 조국통일대전에도 다 준비돼 있다. 평화통일을 바라는가, 전쟁을 바라는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 “북남 고위급접촉 때 남측수석대표는 ‘신뢰조성이 대통령의 의지’라면서 한번 믿어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돌아앉아서는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고 각종 도발과 모략사건조작에 더욱 광분했으며 ‘급변사태’까지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것이 박근혜가 말하는 ‘신뢰프로세스’인가”라면서 “대결과 신뢰는 양립될 수 없다. 대결인가 신뢰인가. 어느 쪽인가”라고 물었다.

조평통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이명박 역도처럼 북남관계를 파국에 몰아넣자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발언을 거론한 뒤, “침략적인 미국 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정당방위를 위한 동족의 핵 억제력을 걸고 드는 것은 파렴치한 궤변”이라며 “미국과 함께 벌리는 북침 핵전쟁연습을 중단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 당면해 오는 8~9월 또다시 벌려놓으려 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을 그만둔다는 것을 선포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아울러 국가보안법 철폐와 5·24 대북조치 해제, 그리고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임신부와 영유아 대북 영양지원,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 등을 거론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조평통은 끝으로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면서 “진실로 북남사이에 신뢰를 도모하고 평화통일의 문을 열어나가려는 입장이라면 시대와 민족과 더불어 제기하는 우리의 엄숙한 질문에 심사숙고해 온 겨레와 전 세계 앞에 올바른 대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