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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여행 금지령, 고2 학생들 토론장 가보니...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과 동년배인 한 고교2학년생 A양이 한 포털사이트에 조심스럽게 올린 ‘수학여행 금지령'에 대한 의견글이 숱한 댓글로 관심을 모으면서 토론장이 되었다.

A양은 “여행을 간다고 기뻐했을 동갑 친구들이 한 순간의 사고로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않고 정말 비통하다는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 당분간 정숙하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상식이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다.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전면폐지라는 상황은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반복될 수 밖에 없는데 당장 막는다고 일이 해결되는것은 아니지 않나. 고등학생은 아침 7시50분 등교해 11시에 하교를 한다”면서 동년배 네티즌들의 의견을 구했다.

표출된 500여개 찬반론을 살펴보면, 정부의 수학여행 금지령에 대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본질을 벗어났으며 성급했다는 취지의 ‘반대론’이 498표,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고, 부모님들 걱정도 많으며, 실제 위험요소가 있으므로 합당하다는 내용의 ‘찬성론’이 35표 였다.(23일 낮 12:20 현재)

“지금은 물론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지만 수학여행을 앞으로도 전면 폐지하겠다는건 문제의 요지를 파악 못한것이다. 아예 비행기도 띄우지말고 배도 띄우지말지 그래요? 아무쪼록 세월호에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얼마나고통스러울까ㅜㅜ”가 가장 큰 호응을 얻은 댓글이었다. “누가 말했는데, 학교 폭력 없애려면 학교를 없애라고”와 “이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 잃고 외양간 다 없애는것”이라는 의견도 큰 지지를 얻었다. 한 고교생은 “외양간도 소도 모두 없애는 격”이라고 풍자했다.


교육부 방침 반대론자인 B학생은 “수학여행을 가다가 침몰했으니 수학여행을 페지해야 한다?, 그럼 천안함은 훈련 하러 가다 침몰했으니 훈련을 폐지해야겠네?ㅉㅉ”라고 했고, C학생은 “국가가 해야할 건 이러한 해양 사고가 재발했을 때 사용가능한 지침서 확정, 모든 불법 개조된 선박에 대한 조사 및 철저한 엄벌 등이지 느닷없이 수학여행을 전면폐지하겠다는 건 조금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D학생은 “우리 나라 학생들이 어디든 맘 놓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지, 어딜 가도 위험하다고 ‘너네 아무도 가지마’ 그게 말이 되냐”고 했고, E학생은 “사고난 게 수학여행 때문이냐. 뭐가 잘못된건지 (정부가) 모르는 것이다. 신혼여행 가다가 사고 나면 신혼여행 없앨 기세”라고 교육부를 겨냥했다.

이밖에 “우린 나중에 동창회 하면 공부 얘기만 하겠네”, “부정부패 없애려면 대한민국을 없애야겠네”, “자살률을 줄이려면 시험제도를 없애라”, “항상 겉치레식. 보여주기식. 근본적인 재난대응 미숙문제에 안전불감증 해결할 생각은 않고”, “차라리 바다를 없애자고하지? 아니 뭐 이렇게 무식한 사람들이 많지?”, “어른들이 잘못한 걸 우리가 다 피해입네” 등이 반대의견으로 제시됐다.

‘안들려’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가 물레바늘에 찔려 죽을것이라는 말에, 물레를 다 태워 없앤 왕이랑 똑같은 짓. 결국 공주는 어딘가 짱박혀있던 물레에 찔림. 머리 다들 희끗희끗하시고 연세 꽤나 먹고 공부좀 했다는 양반들이 유치한 동화에서 정말이지.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함. 이마에 동심들 가득했는지 소름 돋음. 멍청한건지 무식한건지 진짜 뭔지 애들보다 못함. 아 화나”라고 적었다.

수학여행 금지령 찬성론자들은 “사고가 수학여행 기간에 많이 일어나고 핵폭탄급 세월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학여행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수학여행 가면 술담배만 많이 한다”, “몇백명씩 단체로 움직이는데 통제하는 교사는 너무 적다”, “나는 은따(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학생)여서 오히려 다행 ㅜ” 등의 의견을 냈다.

한 금지령 찬성론자는 “(수학여행 등 단체행사때) 선생님 1명이 학생 40명을 돌봐야한다. 세월호 경우만 봐도 선생님들이 빨리 판단해서 애들을 도망치게 했거나 안전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구명정을 펼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선생님이 부모처럼 1:1로 붙어서 보살피는게 아니라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이) 좀 꺼려진다. 초등학생때 수련회가서 계곡에서 물에 쓸려서 순식간에 빨려 내려가다 바위에 걸려 살았는데 내가 알리기 전까지 학교에서 내 부모님께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더라”고 토로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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