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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산 자의 묵직한 슬픔…멈춰버린 일상…
세월호 참사에 심리적 공황
직장인들 술자리 삼가고
기업은 마케팅 잇단 연기
지자체 봄축제 줄줄이 스톱
정부 경제현안간담회도 취소

국민은 우왕좌왕 정부에 더 분노
어려운 때 일수록 중심잡아주는
미더운 정부 모습 간절히 원해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전쟁이나 테러, 천재지변도 아닌데 한 학교 같은 학년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어야 하는 이 가혹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일상’을 멈췄다.

퇴근 후 심신의 피곤함을 한잔 술로 달래던 직장인들은 동료들끼리 식당에 모여 웃고 떠드는 게 미안해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기업들은 신제품 홍보 같은 마케팅 활동을 취소 또는 연기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각종 봄축제도 줄줄이 취소됐다.

교육부는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1학기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을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다. 어린이집ㆍ유치원의 봄소풍도 아이의 안전을 우려한 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무더기로 취소되고 있다.

정부도 ‘하던 일’을 멈췄다. 매주 수요일 경제현안을 챙기는 현오석 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목요일 부처간 사회현안을 조정하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경제현안간담회도 취소됐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너무 커 정부의 기능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기약하기 어렵다. 무기력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에 국민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은 곧 경제활동이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는 아이를 잃고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는 부모의 슬픔과 ‘집단 우울증’에 빠져버린 국민의 아픔만큼 커질 것이다. 내수침체의 골도 더욱 깊어질 게 분명하다.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 연구부장은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경제주체들이 유흥, 여행, 엔터테인먼트를 줄이면서 내수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우선 안전 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안전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 흐름을 정상으로 돌리는데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부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집단 무기력증이 너무 오래가면 곤란하다”며 “지금은 사고 수습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만 경제주체들이 다시 일상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와 대안을 마련하는 준비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바로 어제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꽃다운 생을 마감한 아이들이 ‘살고 싶다’ 절규하며 기다리던 내일이다. 그토록 소중한 시간에 어른인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부끄럽고 화가 나고 미안하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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