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생존학생 학부모들의 호소 들리는가
세월호가 침몰한 지, 실종자들이 바다에 갇힌 지 1주일이 지났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물결이 SNS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며 국민적 캠페인으로 승화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조 174명’의 숫자는 움직일줄 모른다. 실종 난에 있던 숫자가 줄어 사망 난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시신이 추가 수습돼 사망자는 128명으로 늘어났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자식의 얼굴을 확안한 뒤 터져나오는 가족들의 절규와 비명이 우리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든다. 희망의 끈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는 현실에 고통받을 남은 실종자 가족들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무사히 살아 돌아온 학생의 학부모들이 22일 국민들에게 애끓는 호소를 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도, 하늘로 간 아이들도,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다 우리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아이들”이라며 정부에는 신속한 구조작업을, 언론에는 살아남은 학생들에 대한 취재 경쟁 자제를 촉구했다. 이들의 호소는 뒤틀린 우리 사회의 재난관리시스템과 엇나간 언론의 보도 행태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것이다. 모두가 무겁고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학부모들은 호소문에서 “갇혀 있는 아이를 찾으러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애타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정부의 모든 것을 동원해 신속한 구조작업을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금 진도 팽목항에서는 ‘마치 살아서 잠든 모습’의 어린 시신 앞에 억장이 무너지는 부모들의 통곡이 메아리친다. 졸속 초동대처로 구조의 최적기인 골든 타임을 놓쳤고 1분1초를 다투는 절박한 해양 구조에서 수색대가 3,4층에 진압하는 데만 꼬박 엿새가 걸렸다. 그 수많은 매뉴얼과 첨단장비도 고작 수심 30~40m 진도 앞바다에선 무용지물이었다. 학부모들에게 물세례를 받았던 정홍원 총리는 이날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런 정부의 다짐이 있었으나 인재와 관재가 겹친 참사는 또 되풀이됐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매뉴얼은 기존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전 대응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지난 2009년 1월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엔진고장으로 불시착한 여객기 탑승자 150여명이 모두 구조된 사례는 신속한 재난대응시스템의 교과서다.

학부모들은 호소문에서 생존 아이들의 지속적 보살핌도 당부했다. 살아남은 자의 참사 후유증은 삼풍사고 때 생존자들을 통해 목도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버스 참사(13명 사망)때 생존한 김은진 씨는 지난 21일 “생존자가 살아 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입니다. 세월호 사람들은 (그 부담감을) 짊어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그가 남긴 글은 온라인에 널리 퍼지면서 큰 울림을 냈다. 정신적 상처가 또다른 비극을 낳지 않도록 김씨의 조언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