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월호 침몰]전문의 5인의 트라우마 해법 “서로 배려해야 ‘외상후 성장’ 가능하다”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1. 인천광역시에 사는 직장인 배 모씨(36)는 연일 계속되는 세월호 속보를 볼때마다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배 씨는 “아직 미혼이고 지금까지 살면서 웬만한 일에도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어 내 자신이 냉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엇는데 세월호 보도를 볼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울컥해지면서 저절로 눈물을 흘리게된다”라며 “이제 휴대폰 뉴스를 보는 것도 겁난다”고 말했다.

# 2. 서울 강북구에 사는 전업주부 김 모씨(43)는 최근 6살난 어린 아들의 피아노학원 수업을 중단시켰다. 며칠전 아들을 태워다주던 원장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아들 눈에 시퍼런 멍자국이 생겼기 때문이다. 원장은 자신만 안전띠를 매고 아이에게는 안전띠를 매주지 않았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김 씨는 “원장이 아이가 사고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개인용무가 있다는 핑계로 응급치료가 끝날때쯤 되어서야 응급실로 왔다”라며 “세월호사건을 보니 다음부턴 조심하겠다는 말도 전혀 진정성이 안느껴져서 앞으로 다른 사람손에는 안맡기게 될 것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패닉상태’이다. 어린 꽃망울같은 자식들이 칠흑같은 바닷속에 갇힌채 하나둘씩 차디찬 시신으로 나올때마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누구도 믿을 수없다. 내 자식도 저런 일을 안당하라는 보장이 어디있냐’는 절망감과 분노감과 좌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럴때 일수록 냉정을 되찾고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대형참사 이후의 정부의 무능, 입장이 다른 사람들간의 비난, 폭력적인 행동등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노출될 경우 향후 정서적인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때문이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도운 교수는 “정신적 외상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람의 경우 ‘외상후 성장’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성숙이 나타나기도 한다”라며 “외상후 성장은 삶에서 마주한 고통과 아픔을 뛰어넘어 전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사고 후 얼마나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지지체계가 제공되는 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영훈 교수>


“기사 등에 댓글이나 SNS등을 통해 국민들끼리 서로 사건과 관련해 비난한다던가 감정이 격앙돼 근거없는 분노감을 표현하는 일은 자제해야한다. 지나치게 사고와 관련된 뉴스나 장면에 본인은 물론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자극들이 반복이 되면 피해자들의 아픔을 본인도 그대로 느끼게되고 좀처럼 감정이입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질 수있다. 따라서 언론매체 등을 통한 사고현황을 너무 실시간으로 확인하려하지 말고 일상생활패턴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부모들의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사건에 지나치게 몰두한다거나 부정확한 정보에 휩쑬려들 우려가 있다. 아이들의 경우 아직 감정을 컨트롤하기엔 .역부족이므로 어른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감, 불신감 등이 만연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힘들어하는게 보이면 지금 감정이 어떤지 물어봐주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어 시회에 대한 불신감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세월호 사건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한 달 이후 사건에 대해 자꾸 떠오르는 경험이 재경험되는 현상과 깜짝 놀라는 과도 각성, 사건과 관련된 것들을 자꾸 피하게 되는 것,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지금 상태로서는 치료라기보다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단계다. 특히 교사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증상을 학생들과 같이 겪은 경우에 학생들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고 심리지원 받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생존자는 이번 사고 후 힘들 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정신건강의학 상담을 받으면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다. 유가족의 경우 비탄이나 애도가 너무 심해 자살사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예방하고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지원과 심리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남에게 나누어주고 지지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며 유가족 옆에서 의지가 되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명은 제천이야 하는 식으로 위로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며 이번 사건은 굉장히 힘든 일이고 네가 슬퍼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은 전체 국민들에게 ‘급성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건 서로 비난을 삼가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아이들을 사고뉴스가 나오는 TV앞에 두지 말아야한다. 계속 노출이 될 경우 급성스트레스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발전한다.

지금 이시점에서 아이들에게 해줘야할 일은 어른들이 잘못한 사고를 어떻게 잘 헤쳐나갈것인지, 상처받은사람들을 어떻게 서로 위로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어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슬픔을 참고 통제하는 것만 보이는 것보다는 눈물을 흘려도 감정을 삭히면서 서로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에서도 사실관계와 책임관계 규명은 철저히 해야하겠지만 물병을 던지고 격앙된 모습으로 고함치고 서로 싸우는 모습보다는 조용히 슬픔을 삭이고 서로 위로하고 해결방법을 위해 합심해나가는 모습을 보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고해서 이를 죄악시해도안된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해야한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PTSD클리닉(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


“대형사고를 경험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위 가족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사고에 대한 분노, 죄책감, 후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생기게된다. 이러한 감정들은 무의식중에 사고의 중요한 기억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그냥 방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단 증상이 파악되면 당사자가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해주고 당사자의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줘야 한다. 증세 호전이 한 달 이상 없다면 전문가에게 치료를 의뢰해야 한다. 자신이 평소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뉴스를 보지 말고 산책, 운동, 쇼핑 등 사고를 잊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kt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