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들이 사고 초기 다수 승객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 때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20일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 녹취록에는 이 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또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을 담당하는 해양경찰 진도 VTS 센터 역시 세월호의 이상징후를 전혀 모니터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신에서는 세월호 선임항해사만 등장할뿐 선박에 대해 최후의,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할 선장의 목소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녹취록 교신은 사고 당일이었던 16일 오전 9시6분께부터 오전 9시37분께까지 31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첫 교신에서 진도 VTS는 다른 경로를 통해 세월호가 침몰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배의 상황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에 세월호 선임항해사는 “너무 기울어져 있어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도 VTS가 승객들이 구명보트에 타고 있냐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배가 기울어 탈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선내방송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번복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9시23분 교신 내용에서 VTS가 승객들에게 방송해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하다”고 답을 했다가 잠시 뒤 “방송을 했는데 좌현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또 선장이 직접 판단해 탈출을 명령하라는 지시에는 “해경이 출동했느냐”, “탈출하면 구조할 수 있냐”는 말만 반복해 되물었다. 이미 침몰중인 세월호 주변에는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어선들이 출동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던 시점으로 해경의 출동여부 확인은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9시 17분 교신에는 응급 상황 시 긴급 대피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을 안내해야 하는 승무원들이 브리지(조타실)에 모여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교신에는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우는 등 다급한 상황이라는 점이 분명했지만 객실 안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 등 선장의 조치는 전혀 없었다.

반면, 승무원들은 교신이 끊어진 오전 9시37분께 배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교신이 끊기고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이 세월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준석 선장은 첫 번째 구조선을 타고 탈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선장이 탈출하던 순간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선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믿고 객실에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역을 담당하는 해양경찰 진도 VTS센터는 세월호 이상징후를 모니터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신기록에 따르면, 진도 VTS센터는 16일 오전 9시5분까지만 해도 세월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전혀 감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제주 VTS센터는 8시55분께 세월호와 교신을 했으며, 해경 상황실은 8시58분께 신고를 받고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

진도 VTS가 세월호의 이상상태를 모니터하지 않은 것은 법령에 규정된 선박교통관제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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