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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최수현 원장의 ‘외부인사 영입 3원칙’…내부는 속앓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조직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70명의 부서장 가운데 49명이 교체됐으니, 10명 중 7명은 자리를 옮기는 셈입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긴급 소집, 거듭되는 대형 금융사고와 금감원 직원의 비리 연루 등 일련의 상황은 ‘금감원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한 적이 있습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어찌 보면 진작 예고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변화’가 생기면, 특히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술렁이기 마련입니다. 금감원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내부 승진ㆍ이동 인사가 아닌 외부 영입 인사에 불똥이 튀는 양상입니다. 70명의 부서장 중 겨우(?) 4명밖에 되지 않는 외부인사에 말입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권오상 복합금융감독국장이 있습니다. 권 국장 영입 논란의 핵심은 바로 ‘나이’입니다. 권 국장은 1969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46세입니다. 바야흐로 금감원에서 ‘40대 부서장 시대’를 연 셈입니다. 금감원에서 40대 중반 공채 직원이 수석조사역이나 초임 팀장직을 수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에선 파격이라 할만 합니다.

권 국장은 이력도 특이합니다.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UC 버클리 대학에서 공학박사까지 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대학원을 나와 파생상품 전문가가 됩니다.

이런 권 국장의 영입에 가장 열을 올린 사람은 바로 최 원장입니다. 최 원장은 부서장이 바뀌어도 원장실에 올라오는 파생상품 보고서의 내용이 늘 같아 불만이 많았습니다. 전문성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본 것이지요. 이에 ▷내부에는 없는 ▷전문성을 지닌 외부인사 중에 ▷공(公)적인 자세를 가진 ‘인재 영입 3원칙’을 갖고 ‘안테나’를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최 원장이 권 국장에게 결정적으로 반하게(?) 된 것은 바로 권 국장의 저서인 ‘파생금융 사용설명서’ 때문입니다. 파생상품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외국 서적을 베낀 게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한 것을 보고, ‘이 사람은 파생상품을 제대로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 원장은 권 국장을 영입하려고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히게 됩니다. 너무 어려 조직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또 권 국장의 외국 이력을 내세우며 금감원과 같은 한국적인 조직에서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인사권자인 최 원장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사실 40대 국장은 권 국장이 처음은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해 부서장으로 승진한 구경모 일반은행검사국장과 안병규 비서실장도 부서장이 될 때 49세였습니다. 이번에 국장으로 승진한 민병진 기업금융개선국장도 1966년생으로 49세입니다.

노조의 말처럼 조직 구성에 맞게 부서장 자리에 50세 이상의 인재를 영입하기도 사실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융권에서 50대까지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연봉이 금감원과 비교가 안됩니다. 즉 금감원과 급여수준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권 국장도 이번에 금감원에 둥지를 틀면서 기존의 급여의 절반 가까이 깎였다는 후문입니다.

최 원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금감원의 쇄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직원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최 원장의 파격이 절반의 성공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인사 후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갈지가 금감원 인적쇄신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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