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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습 이면의 욕망에 관하여…‘예스퍼 유스트: 욕망의 풍경’展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마주 보는 두 개의 와이드 스크린. 한쪽에서는 휠체어를 탄 중년 여성이 쫓기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고, 한쪽에서는 그 여성을 쫓는 청년의 은밀한 시선이 클로즈업 된다. 한 편의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 카메라는 다시 회색빛 하늘 아래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빌딩을 번갈아 담는다. 휠체어 탄 여성은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번쩍 일어나 두 발로 걸어 들어오고, 반대편 아파트에서 청년은 거울에 빛을 반사시키며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여성은 갑자기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며 전율한다. 고통은 어느새 쾌락으로 바뀌고…. 쾌락 후엔 다시 아무렇지 않은 평화가 찾아 온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 대표작가로 참여해 세계 미술계를 주목시켰던 예스퍼 유스트(Jesper Justㆍ40)가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9일부터 8월 3일까지 펼쳐지는 ‘예스퍼 유스트: 욕망의 풍경’전에서는 작가가 10여년간 끈질기게 추적해 온 인간의 욕망이라는 주제의식을 여성을 통해 투사한 비디오 작품 13점이 선보인다. 두 개의 와이드 스크린이 전시실 양쪽 벽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의 제목은 ‘이름 없는 장관(This Nameless Spectacle). 휠체어를 탄 여성 배역은 프랑스의 트렌스젠더 배우인 마리-프랑스 가르시아(Marie-France Garcia)가 맡았다. 

이름없는 장관 (This Nameless Spectacle), 2011, 13분, 2 channels projected video installation

예스퍼 유스트는 “휠체어는 트렌스젠더, 장애 등과 같이 사회적 편견 혹은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재를 상징한다”며 “영화(cinema)는 끊임없이 관객을 이해시키려 하지만 나의 영상작업은 주제의식에 대한 답변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관객은 두 개의 스크린을 번갈아 바라보는 신체적 경험을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작품을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스트의 작품들은 젊은 여성과 늙은 여성, 인간과 자연같은 대립항들을 여러 개의 레이어(layer)로 중첩시킨다. 두 개의 대립항들은 때론 격렬하게 부딪히고 때론 서로 보듬고 애무하며 다양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What a Feeling’은 어둡고 황량한 풍경속에서 이뤄지는 빛의 대화를 포착했다.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기계들의 움직임을 통해 반사된 빛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에로틱한 교감을 나눈다.

‘테레민(thereminㆍ러시아에서 개발, 두 고주파 발진기의 간섭에 의해 생기는 소리를 이용한 신시사이저 악기로 드라마 ‘엑스 파일’의 배경음악 등에 쓰임)’으로 연주한 배경음악이 영상과 어우러져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테레민 연주자이자 음악감독인 도릿 크라이슬러(Dorit Chrysler)의 축하 공연이 19일 저녁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188-6600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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