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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기자의 아트앤아트> 한국미술 거장들의 체취 느끼며… 열정 · 투혼의 발자취 따라…
‘예술원 개원 60주년’展
고희동 김환기 김기창 등
한국 근현대미술 발전 주도
예술원회원 작품 79점 한자리에

‘무위(無爲)의 풍경’展
노장사상에 빠진 절제의 작가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
진리와 미가 한몸처럼 어우러져


이들이 있어 한국 미술계는 한결 풍성했고, 성큼 발전했다. 힘들고 척박했던 시기에 열정과 투혼으로 큰 획을 그었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조망한 묵직한 전시가 연달아 개막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17일 막을 올린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60주년’전과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위의 풍경’이 화제의 전시다. 가볍고 산뜻한 전시가 주를 이루는 요즘 미술계에서 모처럼 만나는 진지하고 자기성찰적인 전시라는 점에서 두 전시는 관심을 모은다.

▶한국미술계 대표작가 한자리에..‘예술원 60년’전=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춘곡 고희동, 세련된 수묵실경화로 한국 산수의 새 시대를 연 청전 이상범, 해방 후 현대추상의 기치를 높이 치켜든 김환기, 현대식 미술교육으로 수많은 후학을 길러낸 장발, ‘바보산수’의 작가 김기창.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원 회원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을 비롯해 도상봉, 장우성, 오지호, 박노수, 이대원, 윤영자, 윤명로, 이종상, 김흥수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관장 정형민)은 예술원 미술분과의 작고회원 35명과 현 회원 22명 등 57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예술원 개원 60년, 어제와 오늘’전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예술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기위해 설치된 예술원의 개원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이 전시에는 한국 근현대미술 발전을 주도해온 예술원 작가들의 회화및 조각, 서예 등 79점이 출품됐다. 따라서 오랜 세월 맥을 이어온 한국미술의 발자취를 음미할 수 있는 자리다.

덕수궁미술관의 ‘예술원 60주년’ 전에 출품된 천경자화백의 채색화 ‘그레나다의 도서관장’.

일본 유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동양화 작업도 병행한 고희동의 ‘하경산수’(1965년작)를 비롯해, 한국의 산하를 단순하게 응축해낸 김환기의 대표작 ‘운월’, 힘찬 붓놀림이 압권인 김기창의 ‘군마도’ 등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작고작가들의 대표작이 출품됐다. 파리화단에서 ‘푸른 추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남관화백, 서예계에 ‘소전체‘를 남긴 소전 손재형의 글씨, 완성도 높은 추상을 구가해온 ’산의 작가’ 유영국의 작품도 내걸렸다.

또 현재 생존한 회원 중에는 깔끔한 ‘신사화가’ 이준의 추상화,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구상조각의 거장 전뢰진의 정겨운 돌 조각, 한국 수묵추상의 개척자인 서세옥의 담백한 ’인간‘시리즈가 나왔다. 또 천경자, 문학진, 오승우, 민경갑, 최종태, 엄태정의 작품도 포함됐다.

작고작가의 출품작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대부분이며, 현존작가 작품은 대부분 작가가 소장 중인 작품이다. 아흔, 여든의 노작가들은 “요즘 내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보여주고싶다”며 상당수가 2000년도이후 작품을 내놓았다. 1954년 문을 연 대한민국 예술가의 대표기관인 예술원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100명 정원에 현재 회원은 88명이다. 7월 27일까지. 무료관람(덕수궁입장료 1000원 별도). 02-2022-0600

▶본질만 살린 조각..‘김종영 무위의 풍경’전=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은 조각가이면서도 ‘불각(佛刻)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위성을 배제한 최소한의 표현으로 물성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이 절제의 작가는 노장사상에도 심취해 있었다. 그는 “아무 것 하지않아도 존경받으며/소박한 채 있어도/ 천하에 아름다움을 다툴 자가 없다”는 장자의 금언을 늘 아로새기며 작업했다.

김종영미술관이 상반기 기획전으로 ‘무위(無爲)의 풍경’전을 마련했다. 2012년 이후 두 번째 열리는 전관전으로, 김종영의 작품과 생애에 걸쳐 발견되는 노장철학의 영향과 그 조형적 적용을 살펴본 전시다.

현대조각의 개척자 김종영의 ‘자각상’.

동경미술학교를 나온 김종영은 서구 모더니즘을 학습했으나 동양의 무위자연적 인식을 접목시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조각은 깎고 쪼는 작업을 가능한 절제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의 그윽한 질감이 드러나는 나무, 돌, 쇠를 주로 다룬 것도 그 때문이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진리와 미가 한몸처럼 어우러진 이상적인 조각을 제작했던 그는 서예와 드로잉, 회화에도 능했다. 자신을 연마하기 위해 매일 붓을 잡고, 드로잉한 것. 이번 전시에는 우성의 대표작인 철조 ‘전설’과 나무에 채색을 한 ‘작품80-3’, ‘자각상’ 등이 나왔다. “작품이란 미를 창작한 것이라기보다 미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란 말을 남긴 김종영의 신념과 사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6월 1일까지. 02-3217-6484.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 김종영미술관]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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