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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인명구조 '골든타임' 놓친 이유 따로 있었다
재난구조시스템 들여다보니…
상부까지 겹겹의 ‘상황보고’ 사다리
부풀려진 정보 왜곡 안이함의 극치
부실한 초동대처…정부는 우왕좌왕
빈번한 대참사에도 재난대응 부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해 꽃같은 여고생과 무고한 시민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 딱 20년 만에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과 시민 약 300여명이 여객선 침몰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매번 사고 때마다 미흡한 초동 대처를 자책하면서 사고대응 및 재난구조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총체적 재난대응 부실 난맥상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재난 대응 방식은 그 자체가 재앙에 가깝다. 이 정부 들어 지난해 태안 안면도 해병대 캠프 사고로 5명의 고교생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로 10명의 대학생 새내기가 숨진 상황에서 이번에 발생한 약 300여명의 해상 실종 사고는 정부의 뼈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취임사에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경제수준에 걸맞는 안전 선진국”, “동일한 유형의 안전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둥 지금 상황과는 너무나 모순적인 수사들을 쏟아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고쳐가면서까지 ‘안전’을 강조했고 안전행정부가 내건 최우선 정책목표 역시 ‘안전사회’였다.그러나 지난 16일 아침 8~9시 사이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해양사고 구조에 가장 중요하다는 ‘골든타임(사고 후 30분)’ 동안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 외 대부분의 정부 대응은 안이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현장에서 상부로 이어지는 겹겹의 ‘상황보고’ 사다리를 거치면서 정보는 부풀려지고 왜곡됐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며 상황을 오판했다. 청와대마저도 탑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보고에 의존해 대통령이 “선실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게 하라”는 지시를 해경에 내릴 정도였다. 안이함의 극치였다.

정부의 뒷북은 사고가 대참사화하면서 극에 달했다. 긴급히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가 감당할 수 없을 시점에 다다르자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정부는 배가 전복된 뒤에야 구조선박과 헬기 등 구조장비를 2배로 늘렸다. 오전 10시 해경, 해군, 소방방재청 등에서는 헬기 16대, 선박 24대를 출동시켰다가 사태가 급박해진 오후 3시에 헬기 31대, 선박 60척을 출동시켰다.

또한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으나 정부 부처간 지휘 협조 체계는 혼선을 빚었다. 해난 사고를 관할하는 해양수산부와 재난 관리를 담당하는 안정행정부가 혼선을 빚었다.

구조 현장에서 정부가 보이는 안일한 대응도 화를 키우고 있다.

분통 끝에 현장으로 달려간 실종자 유가족 김중열씨는 “일단 정리가 안 되고 지휘체계도 없다.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는 것 같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군경 잠수부는 실제로 (수중수색을) 2건 했고, 최근 성과 대부분은 민간 잠수사들이 한 것”이라며 “방송에서는 구조작업이 한창이라고 했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배를 빌려 현장에 가보니 구조하는 배가 한 척도 없었다. 방송과 현장은 완전히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 참사는 미연에 방지해야 하고, 만약 참사가 현실화되면 일사불란한 정부의 대응시스템이 현장중심으로 가동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는 재난대응 창구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일원화하는 등 그동안 재난대응 컨트롤타워 구축 등 시스템 마련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온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 해양사고는 예방과 대응, 복구에 관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실제 상황에 대한 훈련 과정이 없어 이를 보완할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육상에 비해 해상 사고 대비가 소홀했던 탓에 큰 사고를 당하자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해운, 항만 등 해상 재난에 대해서도 해수부와 해경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범정부적인 통합 재난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한ㆍ손미정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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