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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 아닌 목숨건 탈출…손놓친 그 친구 아직…”
생존 학생들 생생한 증언
“구조가 아니라 탈출이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지시한 사람도 단원고 선생님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위모(18) 군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선장의 비인간적 행태와 해경의 미숙한 초기대응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7일 저녁 경기 안산 고대병원에서 만난 위 군은 차분한 목소리로 당시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위 군은 맨 처음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으레 배가 그렇듯이 파도에 의해 일시적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으로 착각했다”고 했다. 위 군은 배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면 해경이 구해줄 것’이라는 내용의 방송이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군은 “구명조끼를 챙겨 입으라고 처음 지시한 사람도 선장이 아니라 단원고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2학년 6반 담임 선생님 남윤철(35ㆍ사망) 교사와 인성생활부 선생님 고창석(40ㆍ생사 불명) 교사는 배가 기울어지자 학생들이 있는 객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안부를 묻고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다급하게 지시했다고 한다. 위 군 등 같은 방 안에 있던 학생들은 이 말을 듣고 구명조끼를 스스로 찾아 입었다.

학생들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시점은 객실 안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위 군은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다음 차오르는 속도가 순식간이었다”고 했다. 이후 배가 90도로 완전히 기울면서 수면에 잠기기 시작했다.

위 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에 뛰어들었다기보다는 배가 잠기면서 자연스럽게 내 몸도 물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군은 이 과정에서 해경이 보인 소극적인 구조태도를 지적했다. 위 군은 “구조가 아니라 탈출이었다”며 “해경은 사고 선박 내에 갇힌 이들을 구조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이미 바다로 탈출한 학생들을 건져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주장했다.

실상 위 군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람도 해경이 아니라 어민이었다. 이후 위 군 등 생존자들은 어선을 타고 서가처도라는 섬에 도착했고 마을 주민들은 학생들의 몸을 녹여주기에 바빴다. 학생들은 다시 배를 타고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 진도체육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위 군의 증언으로 미뤄 사고 발생 초기 먼저 배를 빠져나간 선장 등 여객선 관계자는 물론 해경의 대처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위 군은 어선에 구조된 직후 30~40명 가량 되는 친구들이 여전히 사고 선박에서 나오지 못해 물에 잠기는 순간을 지켜봤다고 했다. 위 군은 “당시 같이 구조된 친구가 내 옆에 있었는데 그 친구는 살려달라고 외치는 다른 친구의 손을 잡았다가 놓쳤다”며 “아직도 그 친구의 소식을 모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산=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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