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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상가건물 예술로 재건축하다…커먼센터 ‘오늘의 살롱’展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3년 넘게 버려졌던 상가 건물이 젊은 작가들의 예술로 재건축됐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영등포 ‘커먼센터’가 개관전 ‘오늘의 살롱’을 통해 작가 69명의 작품 148점을 선보였다. 평균 나이 28세. 아직 미술계의 메인 스트림에 편입하지 못한 개인 전시회 경력 2~3회 미만의 젊은 작가들이 어제의 살롱도, 내일의 살롱도 아닌 오늘의 살롱을 통해, 바로 지금 한국 회화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환기시킨다.

낙후된 서울 부도심 영등포의 사창가 한 가운데 버려진 상가 건물이라는 불편한 공간속에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 이름도 작품에 대한 설명도 없이, 여느 갤러리나 미술관과는 다른 불친절한 낯섦으로 관객들과 묵묵히 마주한다. 

버려진 영등포 상거건물에 마련된 ‘커먼센터’ 전시장 1층 모습

총 4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각 층마다 5~6개 작은 방들로 나뉘어져 있다. 미처 다 뜯어내지 못한 벽지 뒤로 거친 맨살을 드러낸 시멘트 벽 위에 전시된 그림들은 주류화하지 못한 청년 예술가들 저마다의 상처와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다.

여성으로서 성, 배설같은 소재를 노골적으로 표현해 온 수묵화 작가 이은실의 ‘Emerging’은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 규범과 제한된 삶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 빛, 바람과 같은 얇은 장막으로 은닉된 모호한 형태는 막에 가려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내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상실한 ‘애매한 젊음’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은실, Emerging, 122x210cm, Colors and Ink on Korean paper, 2010

머릿속의 가상 세계를 그린 백경호의 ‘우린 이제 어떡하지’ 는 색색으로 흘러내리는 유성이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철조망 뒤의 문어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느꼈던 찰나의 감정을 본능적이고도 역동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이은새의 ‘검은 연기가 나는 산’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물질이 부딪히는 순간의 엔트로피가 강렬한 터치로 표현됐다. 미디어 환경에서 채집된 이러한 ‘물리적 풍경’은 반강제적으로 시각적 경험이 확장되는 현대 사회를 형상화했다. 마그마와 재가 연기와 함께 솟구쳐 오르는 폭발의 현장을 빠른 붓질로 간결하고 힘있게 포착했다.

백경호, 우린 이제 어떡하지?, 162.2 x 97.0cm, Oil on Canvas, 2010

놀이동산의 파사드(fasad)와 여인의 출산 장면을 오버랩 해 ‘트립틱(triptych)’ 형식으로 작업한 권민호(35) 작가의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Happy Birthday(2009, 연필ㆍ목탄 혼합재료)’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디렉터 함영준(36)씨는 “수익을 내지 않는 공간이 아니라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간을 통해 보다 건전하고 진취적인 미술 문화를 전파할 것”이라며 “커먼센터 작품의 판매 수익은 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 미술계 공공의 이익에 걸맞은 새 전시를 이어가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70-7715-8232)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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