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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라섬 재즈축제 키운 실패의 기록들
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
/인재진 지음
/마음의숲
  지난해 10회 째를 맞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앞 다퉈 참가를 원하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이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까지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이 축제의 화려함 뒤엔 인재진(49) 감독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인 감독은 저서 ‘청춘은 찌글찌글한 축제다’를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킹이 전무했던 20년 전 공연계에 뛰어들어 기획자로서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좌절,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펼쳐낸다.

인 감독은 30대 초반에 서울 대학로에서 소극장을 운영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 밴드부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 부재를 깨달은 그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재즈 아티스트들을 무대에 올렸다.

당시 언론은 인 감독이 가진 공연 기획자로서의 안목을 높이 샀지만 공연은 매번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단돈 1만 원이 없어 어머니께 드릴 생신 케이크를 사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일도, 수도ㆍ전기ㆍ가스가 끊긴 집에서 3개월 동안 살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에게 1년 넘게 월급을 주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했다. 사기꾼 취급도 받았고, 7년 동안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의 별명 ‘흥행업계의 마이너스 손’, ‘희귀음반 전문 제작자’는 그가 겪어온 만만치 않은 고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 감독은 주눅 드는 대신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는 지론을 가지고 어려움을 헤치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키워냈다. 공연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해외 페스티벌 디렉터들과 쌓은 우정은 페스티벌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됐다. 아내이자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인 나윤선은 아무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을 때 힘을 준 든든한 우군이었다.

해외 음악계에서 ‘제이제이(JJ)’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인 감독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 감독으로 다양한 국제 행사에 패널로 초청돼 한국의 음악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인 감독은 공연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찌글찌글한 실패’의 경험이며, 이러한 경험은 그 어떤 시련에도 넘어지지 않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강조한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한국 문화예술 시장은 세계라는 바다에서 하나의 섬처럼 존재하는데 인재진 감독은 말 그대로 ‘섬 안에서의 국제화’를 이루어 냈다”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공연 기획자들에게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며 국내 문화예술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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