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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사고]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 또 영웅은 나타났다
평화로운 세상엔 영웅도, 살신성인도 필요없다. 하지만, 2014년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 부주의하고 몰상식한 사람들이 사고를 내고,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고, 그 와중에 또 아까운 생명들이 ‘영웅’이라는 달갑지 않은 호칭을 얻어야 한다.

몰상식한 사람들이 빚은 처참한 인재(人災)는 또 다시 우리에게 기억해야할 ‘영웅’을 남겨주고 말았다. 지난 16일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순식간에 침몰한 세월호 사건은 이틀이 지나도록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현장본부 관계자들로 인해 1분1초에 애가 타는 가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실종자 271명, 구조자 179명, 사망자 25명. 자신의 몸을 던진 영웅들이 없었다면 구조자는 더 적었을 것이고, 실종자는 더 늘었을지 모른다.

가장 먼저 사망이 확인된 승무원 박지영(22)씨는 일찌감치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등 다른 승부원과 대비돼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선내 방송을 담당하던 박지영씨는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도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숨졌다.생존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매점 문의 문고리를 채우고, 4층에서 구명조끼를 구해 3층 학생들에게 건네는 등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끝까지 도왔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갈게”라며 공포의 순간에도 승객들을 위해 몸을 던진 끝에 결국 숨을 거뒀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 역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네는 등 여러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사실이 알려져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단원고 2학년6반 담임교사 남윤철씨 역시 위기에 빠진 제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다 눈을 감았다.

남씨는 침몰 중인 세월호에서 학급 제자들을 인솔해 구조대가 있는 곳으로 탈출시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제자 김모(16)군은 “선생님이 우리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탈출하려는 순간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며 고개를 떨궜다. 남씨의 어머니는 “우리 윤철이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다 물에 휩쓸려간 것으로 안다”며 애끓는 눈물을 쏟아냈다.

귀중한 생명도 구하고 자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다행스런 경우도 있다.

김홍경(58)씨는 여객선 세월호가 기울어지던 30여분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커튼과 소방호스를 이용해 학생 20여명의 구조를 도왔다. 건축 배관설비사인 김씨는 제주도로 일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먼저 객실을 빠져나온 김씨는 아래쪽 선실로 소방호스로 만든 구명줄을 던져 차례로 학생들을 끌어 올렸다.

부모와 오빠의 생사를 모른 채 구조된 6세 여아 권모양도 단원고 박호진군이 없었다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 모른다.

박군은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뛰어 구명보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자신의 차례가 돼 보트에 오르려는 순간, 물에 흠뻑 젖은 채 갑판 위에서 울고 있는 꼬마를 봤다. 박군은 갑판으로 달려가 아이를 들쳐 안고 구명보트에 뛰어 올랐다. 박군은 “무조건 애를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섬에 도착한 뒤 구조대원들에게 아이를 건넸다”고 말했다.

자신이 위기에 빠진 순간에도 남을 구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먼저 배를 탈출한 선원들이나, 신속한 구조작업을 못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들은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김성진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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