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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객선 침몰] 승객보다 먼저 탈출한 선장ㆍ선원에 시민들 분노 “무책임한 태도에 할 말 잃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세월호 선장과 일부 선원들이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하나같이 분노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뱃사람으로서의 직업 의식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18일 선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는 대학생 오지수(25ㆍ여) 씨는 18일 “선장도 사람이고 가족이 있을테니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선장은 구조선에 올라탄 순간 인간으로서 이해받을 기회를 날렸다”고 말했다. 오 씨는 특히 선장이 구조 후 병원에서 젖은 지폐를 말리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것에 대해 지적하며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유진(28ㆍ여) 씨 역시 “어린 아이들이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만 철썩같이 믿고 어른들이 구해줄 거라 믿으면서 방에 얌전히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선장은 직무유기에 학생들을 바다에 잠기게 만든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장과 선원의 직업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출근길에 만난 직장인 박사홍(58) 씨는 “직업인들에겐 그에 맞는 의무가 따른다. 선원들이 제 몸 하나 건사하겠다는 의식을 가졌다는 사실은 선원들에 대한 교육이 허술하다는 얘기다”며 관계 당국의 사전 윤리 교육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인천에 사는 홍근호(46) 씨는 “많은 사람을 싣는 배의 선장 같은 중요한 직을 뽑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당국이 선장과 선원에 대해 안전 및 책임 교육을 실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장이 구조된 후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69) 씨의 언론 인터뷰를 봤다는 가정주부 주모(57) 씨는 이 씨가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 씨는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 원인을 애타게 알고 싶어하는 데 배의 책임자로서 그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행태”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를 소유한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일과 이튿날 세월호 선장 이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 씨에게 세월호 침몰 직전 급선회를 한 이유 및 운항 부주의는 없었는지 등 사고 원인과 승객들보다 먼저 탈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캐물었지만 이 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8일에도 선원들을 소환해 긴급대피 매뉴얼을 제대로 실행했는지와 선박을 빨리 떠난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꾸린 검찰은 이 씨와 선원들이 운항 중 과실을 저지른 점이 확인될 경우 선원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선원법 11조에 따르면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5년 이하 징역을 받게 돼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우 법정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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