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창일회장과 ‘공간’사옥 둘러본 英세로타 경 “무척 흥미로운 공간"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파워컬렉터인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물로 꼽히는 ‘공간’사옥을 전격 인수해 큰 화제를 모았다.

건축가 김수근(1931~86)이 1971년 설계한 ‘공간’사옥은 건물의 소유주인 설계사무소 공간(대표 이상림)이 부도가 나면서 경매에 부쳐졌다. 문화재급으로 분류되는 이 건물이 유찰됐다는 소식을 제주에서 접한 김 회장은 다음날로 현장을 찾았다. 공간 사옥을 둘러본 그는 이상림대표를 만나자마자 “내가 사겠다”고 제안했고, 거래가 이뤄졌다. 매입가는 150억원. 당초 H그룹 등이 인수를 검토했다가 손을 든 건물을, 불도저같은 성격의 김회장이 휘몰아치듯 인수한 것.

오는 9월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공간’사옥에 전시될 마크 퀸의 조각 ‘셀프’. [사진제공=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은 “주변에서 내가 현대미술 갤러리를 하니까 ‘공간’사옥을 망가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그건 나를 잘 모르는 거다. 나름대로 해외의 비엔날레며 미술관을 많이 둘러본 사람으로써, 역사적 자취가 있는 곳이야말로 현대미술을 담기에 최적의 공간임을 절감하고 있다.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수근의 모든 것과, ‘공간’의 역사를 그대로 안고 갈 것이다. 김수근 작업실(3층)도 보존할 것이다. 낡은 전선이며 흔적도 그대로 둘 것이다. 바닥만 살짝 정비할 것이다. 30개에 달하는 ‘공간’의 작은 방들에 마크 퀸의 냉동조각 ‘셀프’며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등을 각기 한 점씩 설치해 선보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내건 전시를 자주 봤는데, 아쉬울 때가 적지 않았다”며 “공간 사옥은 한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오붓하게 내걸 수 있어 보기 드문 실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미술관으로 탈바꿈할‘공간’사옥에 전시될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사진제공=아라리오]

한편 김 회장의 ‘공간’ 사옥 인수는 해외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다. 과연 그가 건축거장 김수근이 지은 이 오묘한(?) 문화재급 건물을 어떻게 요리할지 귀추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업무차 한국을 찾았던 영국 테이트미술관 그룹의 니콜라스 세로타 총관장은 아라리오측에 “공간 사옥을 둘러보게 해달라”고 청을 넣었다. 유럽 문화계에서 최고의 뮤지엄행정가로 꼽히는 그는 김 회장과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세로타 관장과의 인연 때문에 김 회장은 런던 테이트 모던의 보드멤버(외부 운영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김 회장과 함께 공간 사옥을 훑어본 세로타 총관장은 미로처럼 이어지는 계단과 크고 작은 방을 무척 흥미로와했다. 심지어 지하 계단참에 꾸며진 옛 ‘공간’ 소극장의 배우대기실까지 둘러봤다. 185cm의 큰 키로, 폭 70cm도 안되는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숨은 공간마저 확인한 것.

오는 9월 미술관으로 탈바꿈할‘공간’사옥을 함께 둘러본 세로타 총관장(오른쪽)과 김창일 회장.

그리곤 “이 건물은 사립뮤지엄(Private Museum)으로써 컬렉션을 선보이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미리 둘러볼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했다. 이어 “영국 테이트 미술관도 버려진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테이트 모던은 지하의 기름탱크까지 현대미술관(the Tanks)으로 만들었다. 요즘 이 공간은 현대미술가들에게 아주 화제가 되고 있다. 아라리오의 미래 미술관도 같은 컨셉이 될 거라 생각한다. 미술관이 오픈하면 꼭 다시 찾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간’ 사옥을 정비 중인 아라리오는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공간)‘로 미술관 이름을 정하고, 오는 9월 1일 개관기념전을 연다. 개관전에는 미국의 여성작가 신디 셔먼과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영국 작가 트레시 에민의 네온작품, 독일 작가 네오 라흐의 ‘자화상’(회화) 등이 출품된다.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