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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어른들의 안이함과 무책임이 대참사 불렀다
또 이렇게 됐다. 어른들의 안이함이 꽃다운 어린 학생들을 차갑고 어두운 죽음의 바다로 내몰았다.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9명의 대학생이 희생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그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한 날벼락을 맞았다. 백주 대낮에 어른들이 우왕좌왕하며 지켜보는 바로 코 앞에서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이 맥없이 바다로 가라앉았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이함과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人災)다. 300명 가까운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상태다. 사고는 배가 인천항을 나서기 전 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 2시간이나 늦게 출발하느라 시간을 맞추려 무리하게 항로를 바꿔 운항한 것이 문제였다. 4개반, 150명 넘는 단체 수학여행은 자제하라는 교육부의 권고도 무시하고 한 학년 325명을 한 배에 다 태웠다.

초동 구조 실패는 고개를 더 못들게 만든다. 늦은 구조대 투입은 안전 불감증과 재난 대책 무방비의 극치였다. 배가 그렇게 빨리 기울어 가라앉을 지 몰랐던 것일까. 20년 전 서해 페리호의 교훈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첫 사고 신고 후 1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된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근처 고기배들만 왔어도 모두 구조될 수 있었다”는 한 생존자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대형 해난 사고였음에도 여객선이 해양경찰대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인가. 목포해경 상황실에 122 긴급전화를 처음 건 사람은 학부모였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슴 조이며 생사를 확인하고 있을 때 그들이 한 일이라곤 “그냥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 뿐이었다. 배는 더 기울어 물이 차 올랐고 승객들은 결국 선실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피해가 더 커졌다. 안이한 대처가,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생명들을 무참히 앗아간 것이다. 선장은 이미 탈출을 한 뒤였다.

재난 매뉴얼도 없었다. 이 배의 조타수 조차 사고 후 1,2분 만에 배가 갑자기 기울자 매뉴얼이고 뭐고 살필 시간이 없었다고 자복했다. 정부도 대책본부만 서둘러 차렸지 허둥대긴 마찬가지였다. 기본 탑승 인원 조차 파악 못했다. 368명이 구조되었다며 섣부르게 발표했다가 정반대로 290여명 실종소식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것을 접고 당장 한 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어야 했다. 경각을 다투는 급박한 사고소식에 숨쉬기 조차 힘들어했을 부모들에게 1시간 30분 넘도록 연락하지 않은 단원고 측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학생들이 보낸 SNS 문자를 보고, 타들어 가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오열하는 부모들 앞에 대한민국은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했다. 구조작업이 끝나는 대로 사고원인을 명확히 밝혀 관계자 모두에게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17일 새벽부터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마지막 한 명까지 더 살려내야 한다. 모든 장비와 인원을 동원해서라도 바다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학생들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마지막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어른들 모두 고개를 들 수 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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