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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함영훈> 위도와 진도, 그 슬픈 메아리
292명이 목숨을 잃을때의 그 아우성이 20년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대한민국에 메아리쳤다.

1993년 10월 10일, 운항 규정 위반, 늑장 구조 등 씻지 못할 ‘인재(人災)’로 기록된 전북 위도 앞바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건때의 그 어처구니 없는 난맥상이 진도 앞바다에서 재연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객선이 침몰하던 2시간여 동안, 우리 아이 200여명이 스러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나라가 됐다.

20년전 ‘후진국형 인재’라는 국민적 비난속에 숱한 사태 재발 방지책을 내놓더니, 그때 태어난 아기가 어른이 될 때까지 달라진 게 아무도 없음을, 아직도 배안에 갇힌 290명의 안산단원고 학생들은 목놓아 울부짖고 있다. 그렇게 울던 아이는 그러나 정작 생사를 확인하려는 엄마의 애타는 메시지에는 답하지 못한다. 사건발생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사망ㆍ실종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을 믿고 숨죽이던 아이들은 선장 등 승무원 9명이 승객구조에 써야할 구명정을 타고 먼저 탈출한 이후, 속절없이 차오르는 바닷물 만을 원망하지는 않았으리라.

20년전 당국은 여객선 안전관리 업무를 해양경찰청에 넘기고 항로에 대한 순찰, 모의훈련을 강화하며, 과적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사고는 여전히 계속됐다.

지난해 10월28일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위도 참사를 겪고도 해양 사고 발생건수가 2008년 480건에서 2012년 726건으로 5년간 51% 급증했고 655명이 사망ㆍ실종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청장의 전문성 결여를 꼬집은 뒤, “20년전 생명을 잃은 분들의 넋이 헛되지 않도록 해양경찰청은 반성하고, 다시는 해양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 국회의원의 간곡한 호소 역시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구조된 안산단원고 학생들은 “안개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선착장에서 2시간30분이나 대기했는데 돌연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무리한 운항’ 가능성을 제기했다. 평소 운항하던 선장이 휴가 가는 바람에 대체요원이 키를 잡았지만 진도 앞바다 암초지대로 항로를 잘못 잡았다는 그 지역 어민들의 얘기도 들린다.

승객 최후 1인의 안전까지 책임진 다음에야 자기 안전을 챙겨야할 승무원 대부분은 “선실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반복하더니 앞장서 피신했다. 학교측은 150명정도만 단체 수학여행 가라는 당국의 지침을 어겼고, 탑승인원은 이번에도 몇 번이나 바뀔 정도로 승선관리가 허술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부모된 마음으로 총력 구조활동을 벌여야 한다. 가족들은 당국의 정보 차단과 혼선에 분노하고 있다. 수사과정은 투명하고 신속히 공개되어야 한다. 어선 60척을 이끌고 자발적 구조에 나선 조도면 어민 150명 처럼 피해가족들의 아픔을 달랠 국민적 온정도 이어졌으면 한다. 

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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