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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나무, 그리고 부활의 십자가…서자현의 섬유미술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뒤엉킨 실뭉치와 섬유가 커다란 나무를 만들었다. 나뭇잎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 줄기에선 가느다란 실들이 수양버들처럼 하늘하늘 늘어뜨려져 있다.

섬유를 활용해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추구해온 서자현의 ‘생명나무’라는 작품이다. 핏빛으로 붉게 물든 나무는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붉은 덩어리에서 황금빛 실타래가 무수히 돋아져 나오며 새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부활과 구원의 증거이다.

독실한 신앙인인 작가는 2000여년 전 이 땅에 와, 십자가 고통을 당한 예수의 실존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캔버스에 가느다란 실을 일일이 붙여가며 만든 이 섬유회화는 따라서 작가의 진지한 신앙고백인 셈이다. 

서자현 Two kinds of relationships,2014, Mixed Media, 220x600x100cm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K]

서자현은 “섬유는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재로, 의외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며 “섬유미술가인 나에겐 색색의 실과 섬유가 물감과 붓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은 16~30일 서울 서초동의 아트스페이스 K에서 열리는 ‘Love n Relationship’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으로 12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는 현대인들의 ‘사랑과 관계성’을 신앙인의 시선으로 표현한 평면, 입체작품을 출품했다. 섬유미술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자현은 매체및 재료 실험을 거듭하며 늘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는 중견작가이다. 부활절을 맞아 마련한 그의 ‘Love n Relationship’전은 ‘실존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새로운 ‘시뮬라크르(simulacre)’로 조형화한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공통점은 십자가의 기원과 의미를 재조명했다는 점. 

서자현 ‘생명나무, Love n Relationship’,2014. 캔버스에 혼합재료.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K]

또 십자가의 형상에 ‘희생’, ‘섬김’, ‘나눔’을 담아 새로운 시뮬라크르로 전개한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개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관계’와 ‘사랑’을 다양하게 연상하면서 작업을 음미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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