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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방 탐구] “자기모순에 빠진 음악방송…기본 상식은 지켜야죠” ②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다면서도 ‘노출 경쟁’을 일삼는 걸그룹의 출연으로 선정성 논란에 휘말린다. 각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음원과 음반, 시청자 참여를 통해 선정되는 순위제는 공신력이 문제다. 연령대에 따라선 얼굴의 구분도 힘든 아이돌 그룹들이 요일만 바꿔가며 방송사를 도는 3분 남짓 무대는 차별점을 찾기도 힘들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가요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는 비판이다.

최근 MBC ‘음악중심’의 새로운 수장으로 온 박현석 CP는 방송4사 음악방송의 ‘고질병’을 바로잡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각 방송사마다 음악프로그램이 한 편씩 있습니다. 하나의 음악프로그램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음악방송들은 자기모순에 빠져 너무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죠.”



10대들이 주타깃인 프로그램에서 걸그룹들의 섹시 경쟁이 도를 넘고,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엇비슷한 무대를 꾸미는 방송이라는 인식이 최근의 ‘음악방송’을 둘러싼 시선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박현석 CP는 “음악방송의 제자리찾기”를 강조하며 프로그램의 변화를 고민 중이다.

“그동안 음악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트렌드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이끌려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는 박 CP는 “섹시 콘셉트가 몰아치면 너나없이 섹시 가수를 출연시켰다.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고 짚었다.

토요일 오후 4시에 방영되는 MBC ‘음악중심’의 경우 15세 이상 시청가로 묶여있는데 “지나친 노출과 선정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걸그룹들의 출연은 청소년 보호 차원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박 CP의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걸그룹 노출 주의보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각 방송사의 음악방송 PD들을 소환해 프로그램 규제 가이드를 설명했고, 해당 프로그램에는 제재 조치도 내렸다. 각사마다 나름의 기준을 안고 걸그룹들의 섹시 코드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 기준’은 애매한 게 사실이다.

“핫팬츠는 안된다, 바지에 트임이 있으면 안된다, 머리를 이상하게 염색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안된다고 가수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박 CP는 “하지만 PD들은 노래와 안무를 통해 성적 코드가 들어있는지 판단은 할 수 있다. 80년대로 돌아가 강력한 잣대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을 지켜 선정성을 반드시 잡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그룹 일색인 무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박 CP는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워낙에 높다”며 “프로그램을 소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따져봐야할 문제다. 10대가 주시청층인 것이 확실하니 10대 위주로 가는 것은 맞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20~30대라 좋아하는 이승환 이은미도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다. 트로트, 발라드 등 폭을 넓히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가수의 본질은 노래에 있다. 지금은 퍼포먼스가 주가 된 그룹들의 출연이 많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격렬한 춤을 추며 노래를 나눠부르는 장면 대신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방송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위주의 방송이라지만 실제로 지난 5일 MBC ‘음악중심’에선 박효신의 ‘야생화’,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 임창정의 ‘흔한 노래’가 1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4050 세대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SNS에는 “댄서들이 아닌 진짜 가수들이 경쟁하는 가요 프로그램이 몇 년만이냐”, “10대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일이?”라며 감격 섞인 의아함을 동시에 전했다.

‘음악중심’을 필두로 한 몇 가지 변화는 끊임없이 존폐론이 불거지는 가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흐름으로 읽히고 있다.

박 CP는 “음악방송의 본질과 가치를 되새기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섹시 일변도로 흐르는 K-팝, 한 그룹에서 노래는 한두 명이 부르고 다른 멤버들은 댄서가 되는 K-팝이 과연 자랑스러운 한류 콘텐츠이겠냐”고 반문하며 “이를 여과없이 소화하는 음악방송이 먼저 반성하고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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