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형제간 재산 갈등' 으로 폐쇄위기 명수학교, 새벽부터 아수라장
-소유주 “16일부터 학교 폐쇄” 소동
-장애학생들 택시로 등교하는 등 피해
-학부모 “장애인 학교 여기 뿐인데” 분노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대형 봉고차가 가로막고 있는 학교 앞 정문은 이른 새벽부터 아수라장이었다. 통학버스가 차고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주차해 놓은 봉고차의 문을 열기 위해 이 학교의 교장과 교감 등이 열쇠 수리공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자 봉고차를 세운 이사장이 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차 밑에 들어가 시위를 하고 학교장은 경찰까지 부르는 촌극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이 통학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오전 8시께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6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명수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시위를 한 이 학교 설립자의 아들 최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연행되는 학교 이사장

명수학교는 국내 유일의 개인소유 특수학교로, 지난 1968년 설립됐다. 설립자 사망 이후 자녀 6명이 학교를 분할상속받아 1998년 장남인 최 씨가 개인 명의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학교에 국고투입의 신축교사가 들어서면서 형제들간 재산권 소송이 시작됐고, 결국 학교 소유주인 최 씨는 지난주 “16일부터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7시께 등교하라는 교사들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자녀의 등교를 강행했다. 학교 교사들은 이날 오전 7시께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택시비를 지원할테니 택시로 각자 등교해달라”고 당부했다. 

가로막힌 통학버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박영자(44ㆍ여) 씨는 “일반학교에 다니다 학습이 어려워 이 학교에 다닌지 2년째”라며 “성북구에 특수학교가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없어지면 우리 아이들의 학습이 끊기게 되기 때문에 학교가 없어지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형제들끼리 싸우는 일에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사이 학교장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7시50분께 최 씨를 연행했고, 우여곡절 끝에 9시20분께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이 학교에 보낸 학부모 박지영(44ㆍ여) 씨 역시 “동대문구, 성북구, 중랑구 일대에 특수학교는 여기 뿐인데, 우리 아들에게는 인권도 존재하지 않느냐”며 “다른 일반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 상황이 앞으로 장기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등교한 학생들

한편 명수학교에 연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 교육청은 어떻게든 학교 폐쇄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학교를 폐교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변경할 때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일반적인 학교폐쇄는 법 위반이며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만큼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택시로 도착하는 학생

gyelov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