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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자유학기제와 유토리세대
요즘 자유학기제가 시행중인 중학교 1학년생들은 신난다. 교과수업은 오전 4시간만 하면 끝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목공이나 요리, 축구 등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2~3시간을 보낸다. 천연비누 만들기, 컴퓨터 프로그램, 걸스카웃 등 동아리활동에다 예ㆍ체능, 진로프로그램 등 바쁘다. 이렇게 한 학기 내내 시험도 보지 않으니 아이들은 논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웃음은 거기까지다. 엄마들은 그 시간에 교과수업을 빼먹는다고 여긴다. 현재 자유학기제는 학교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엄마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환기시키며 아이를 학원으로 더 내몬다. 교사도 다르지 않다. 틈틈이 수행평가로 아이들을 죈다. 일본은 9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입시경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꿨다. ‘여유’(유토리)가 교육의 모토가 되면서 교과서가 얇아지고 개성을 강조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교과수업을 대체했다. 결과는 나빴다. 당시 학력저하의 우려대로 이 유토리 세대의 개성교육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2000년대 들어 교과서는 다시 두꺼워지고 책가방은 무거워졌다. 대학을 졸업한 이 유토리 세대는 또 한번 절망했다. 90년대말 일본의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개성교육을 받은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게 됐다. 개성을 살려서 일하고 싶은데 그런 개성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자 정체성의 혼란과 자괴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애써 들어간 직장에서도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해외여행길에 나섰고, 일부는 방 안으로 은둔했다. 개성대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유토리 세대작가인 히라노 게이치로는 “그건 결국 직업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학기제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직업의 문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단단히 챙겨야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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