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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자도, 맥주도…수입산에 점령당한 대형마트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국민 먹거리에 ‘수입산’의 공격이 거세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대형마트 매대 한 켠에서나 봤던 ‘수입상품 코너’가 이젠 대형마트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국민 먹거리에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굴욕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의 파상 공격은 두드러진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3년 뒤면 수입맥주 매출이 절반 이상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수입맥주 매출은 2012년 15.8%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엔 무려 32.9%가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현재(13일 기준)까지 매출 신장률이 34.2%에 달한다. 반면 국산맥주는 2012년 매출이 1.4% 빠진데 이어 지난해엔 9.8%로 매출 하락폭을 키웠다. 올 들어선 불과 넉 달만에 매출이 전년에 비해 5.8%나 떨어지는 등 국산맥주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전체 맥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입맥주의 매출 구성비도 지난 2010년 10.8%에 그쳤던 것이 현재 27.0%까지 늘었다. 불과 5년 사이에 17%포인트 가량 볼륨을 키운 셈이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MD(상품기획자)는 “수입맥주의 경우 2010년 대비 전체 맥주 매출에서 30% 수준에 가깝게 근접할 정도로 최근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수준이면 3년 후 정도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맥주가 이처럼 단기간에 대형마트를 점령한 데에 다양한 맥주 맛에 대한 니즈와 함께 수입맥주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맥주에 대한 기호가 롤러코스터를 탈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데다, 20%에 가까운 가격할인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해 국산맥주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의 경우 증정행사는 국산이나 수입산이나 모두 원가의 5% 이내에서만 할 수 있지만 가격할인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며 “국산맥주의 가격할인폭은 기껏해야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입맥주는 최대 20%까지도 가능한 구조다”고 말했다.


맥주 등 주류의 가격할인 행사는 국세청에 신고된 원가내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 가격이 국세청 신고 원가에 일정 정도으 마진을 얹어 책정하는 구조인데 국산맥주는 마진폭이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수입맥주는 마진폭이 상대적으로 커 20%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격할인 행사폭을 크게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보는 ‘수입맥주 1만원 대행사’가 가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 간식 과자시장도 수입산의 공격이 거세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불황으로 군것질 거리를 줄이면서도 오히려 수입과자는 찾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미경 이마트 과자 바이어는 “소비수준 상승과 해외경험으로 소비자층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수입품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며 “스웨덴의 발레리나 쿠키, 네덜란드 와플 등 기존 미국 일본 등으로 한정된 수입국도 최근엔 여러 나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 품목도 캔디와 초콜릿 등 다양한 상품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국산과자의 매출은 지난해에만 11.4% 떨어진 반면, 수입과자는 오히려 12.3%나 늘었다. 특히 수입 비스킷은 지난 2011년 23.5% 성장한 데 이어 2012년 35.3%, 지난해엔 20.6%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국산 비스킷은 지난 2011년 4.8% 성장한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수입현상은 일반 스낵류나 파이, 시리얼, 캔디, 초콜릿 등 모든 과자류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춘연 롯데마트 과자MD는 “초콜릿 같은 경우 국산 보다 수입산이 오히려 더 많이 팔려 매출 구성비가 최근 50%를 넘어섰다”며 “다양한 루트의 상품 직소싱 및 병행수입이 가능해졌고, 해외여행도 보편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과자를 맛본 고객들의 입맛이 결국 수입상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국내 과자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 것도 수입과자의 전성시대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10월 마가렛트와 몽쉘크림케이크 등 과자 10여종의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2월 에이스 등 7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7% 올렸고, 같은 달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6개 제품을 11.9% 인상해 국산 과자에 대한 가격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요 과자류의 가격을 비교하더라도 수입과자와 국산과자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수입산인 치오 스틱 앤 프레즐(250g)은 2480원으로, 비슷한 롯데샌드(300gㆍ2880원)와 가격차이가 별로 크지 않아 최근들어 수입과자에 대한 가격저항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과자업체 한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 인상이라는 측면에서 국산과자와 수입과자를 비교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며 “과자 역시 일반 다른 먹거리와 같은 잣대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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