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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급박한 안보상황에…비난여론 불구 南 경질카드 접어
남재준 국정원장 간첩증거 조작 사과에 담긴 의미
北도발 우려속 정보수장 교체 타이밍 부담
朴대통령, 2차장 경질로 사실상 재신임

대공수사권 분리·인적쇄신 ‘2차 셀프개혁’
무너진 휴민트 전면 재검토 등 산넘어 산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인 남재준 국정원장이 15일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3분 분량에 불과했던 남 원장의 사과는 역(逆)으로 그가 야당이나 각계의 사퇴 요구에도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정원이 간첩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옭아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인권과 사법시스템을 유린한 중심에 서 있었지만, 검찰이 남 원장 등 윗선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사안의 엄중함을 따졌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남 원장에 대한 ‘경질 카드’까지 꺼낼 수 있었지만, 이날 사과로 박 대통령은 그를 무한신뢰하고 있다는 게 확연해졌다. 지난 대선 기간중 댓글 사건으로 ‘셀프 개혁’을 진행했던 ‘남재준 호(號)’는 이번엔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고강도 쇄신책 마련” 등을 약속했다. 또 하나의 ‘셀프 개혁’인 셈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핵심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대공수사권을 검ㆍ경 등에 나눠주는 개혁을 국정원 스스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남재준을 살린 것은 안보(?)=박 대통령은 전날 오후 늦게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이 낸 사표를 수리했다. 검찰은 대공수사처장(3급) 등 국정원 직원 2명을 기소(자살 기도한 국정원 직원 1명은 시한부 기소중지)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서 2차장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그는 “실무진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안이지만 지휘책임을 진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옷을 벗었다.

결과적으로 서 2차장의 사퇴는 박 대통령에게 남 원장을 구할 명분을 준 셈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면서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해 남 원장 거취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게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통령께서 말한 바로잡는 것의 의미는)어제 분명히 나온 것도 있다”고 말해 국정원 2차장 외에 남 원장에 대한 인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큰 틀에서 볼 때 최근 북한의 도발과 4차 핵실험 위협에 한ㆍ미ㆍ중ㆍ일 등 관련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국정원장의 교체는 타이밍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여하는 인사 가운데 군 출신으로 남 원장이 갖는 무게감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호흡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감안된 것로 풀이된다.

▶국정원의 셀프개혁은 “글쎄”=남 원장은 이날 사과와 함께 “국정원의 수사관행을 혁신하고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신뢰를 회복해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했다. 관심의 초점은 문제가 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어떻게 나눌지에 맞춰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공수사에 관한 정보는 국정원이 틀어쥐고 있어 검찰도 핵심 사안은 국정원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노출됐다. 일단 국정원 내에서 정보 수집ㆍ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이 물러남에 따라 관련 파트의 인적 쇄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사건 수사를 계기로 수 년간 축적해 놓은 국정원의 휴민트(HUMINTㆍ인적정보)가 무너졌고, 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남 원장이 약속한 국정원의 수사관행 혁신을 위한 TF 구성도 국정원의 권한 축소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실제 이행여부를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공수사와 관련, ▷정보수집과 수사 분리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유지하되 한정적 행사 등 국정원 개혁에 대해 다양한 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홍성원ㆍ김재현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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