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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전투기, 美 구축함 위협비행…한때 일촉즉발
#. 12일 저녁 루마니아 앞 흑해 해상에서 순찰 임무 중이던 미국 구축함 도널드훅 함 위로 돌연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 한 기가 다가왔다. 해수면 위 150m까지 고도를 낮춘 Su-24와 도널드훅 함과의 거리는 어느새 1000m도 안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깜짝 놀란 도널드훅 함은 Su-24에 경고 무전을 수차례 내보냈지만, 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 그렇게 90분이 흘러가는 동안 Su-24는 적막 속에서 도널드훅 함을 12차례 통과해 비행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흑해에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구축함을 겨냥해 수차례 위협 비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둘러싼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24’기(왼쪽)와 미 구축함‘ 더널드훅’함. [사진=미 해군·위키피디아]

미국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가 지난 12일 흑해 서부 공해 상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미국 해군 도널드쿡 함 가까이에서 12차례 저공 비행했다”고 밝혔다.

스티브 워런 국방부 대변인은 “Su-24 전투기는 도널드쿡 함의 계속된 질의와 경고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상황은 90여분 만에 사고 없이 끝이 났다”면서 “전투기는 무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도널드쿡 함 갑판 위로 비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 전투기가 “수천피트 상공으로 올라갔다 내려와 바다 위를 스치듯 낮게 비행하는 일을 반복했다”면서 “이어 두 번째 Su-24 전투기가 나타났지만 상황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군 소속 구축함 도널드쿡 함미국은 지난 10일 흑해로 파견됐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어뢰 등을 탑재한 8900t급 이지스함인 도널드쿡 함은 유럽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을 위해 스페인 로타항에 주둔해왔으며, 흑해에선 나토 회원국 함정들과 합동훈련을 벌일 예정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군사전문지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에 “Su-24 전투기가 도널드쿡 함으로부터 1000m 이내의 근접 거리에서 고도 500피트(약 152.4m)로 수차례 비행했다”고 전해 이번 사태가 순식간에 긴박한 상황으로 흘러갔음을 시사했다.

워런 대변인은 “러시아의 이 같은 ‘도발적이며 비전문적(provocative and unprofessional)’ 행위는 국제 조약 및 양국 간 군사 협약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러시아의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두 명의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러시아는 몇달 째 우크라이나에서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근접 비행 사태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위협 비행에 대해 강력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측은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한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유사시 공격할 수 있도록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따르면 전투기와 탱크 등으로 무장한 병력 4만명이 동부 국경에 집중 배치돼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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