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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로, 차 없는 거리 석달…문화의 거리로 탈바꿈
-아티스트ㆍ인디밴드 등 다양한 공연 발길 잡아
-보행로 확보 성과속 상인들 “장사 안된다” 울상
-차량들 골목으로 몰려 역주행으로 접촉사고 늘어
-물건 납품 받기 힘들고 대중교통 없어 불편 호소도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7시 신촌 연세로. 왕복 2차선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버블아티스트 정현도(50) 씨의 비누방울 거리공연에 행인들이 발길을 멈췄다. 어린이 몸집만한 크기의 비누방울이 신촌 밤 하늘을 수놓으면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연발한다.

현대백화점 후문 앞 광장에는 ‘벚꽃 버스킹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디밴드의 무료공연이 열렸다. 남녀 싱글로 구성된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연세로를 거니는 사람들도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만끽한다.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서울시가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고 있는 연세로에서 시민들이 차도 위를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차 없는 거리, 연세로’가 문화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앞 사거리를 잇는 연세로는 평일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돼 버스만 운행되고, 주말에는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제한되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그동안 연세로는 주말만 되면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하루 종일 꽉 막혔다. 차들은 평균 시속 10㎞로 거북이 걸음을 했고, 보행자는 1~2m의 폭 좁은 보도를 걸으면서 마주오는 사람들을 피하기 바빴다. 연세로 주변은 술집과 모텔이 대거 들어서면서 유흥가로 변했고, 놀이문화를 잃어버린 청소년들이 일탈의 장소로 활보했다.

서울시는 사라진 대학 문화와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 1월18일부터 주말마다 차량을 통제하고, 자유롭게 거리공연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지 석달째인 연세로의 모습은 한층 여유로웠다. 신촌 일대에서 6년째 영어강사로 일하는 로렌 테더(42) 씨는 “예전에는 보행로가 너무 좁아 걷기조차 힘들었다”며 “지금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석용(22) 씨도 “길이 넓어진데다 댄스나 드럼, 마임 등의 다양한 문화공연을 볼 수 있어 좋다”면서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지역 상인들은 울상이다. 사람들이 차도로 뿔뿔이 흩어지다보니 이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연세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차 없는 거리가 된 뒤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각종 공연으로 사람들이 모이지만 그 순간 뿐이고, 택시나 버스가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18년째 음식점을 하는 B씨도 “일반 차량이 못 다니면서 물건을 납품 받기가 힘들어졌다”면서 “시위하고 공연하느라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으면 장사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연세로를 차단하다보니 차들이 좁은 골목길로 우회하면서 차량 정체는 물론 보행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한 점포 주인은 “큰 도로(연세로)에 있던 차들이 골목으로 몰리면서 역주행이 많아지고 접촉사고도 잦아졌다”면서 “연세로 뒷 골목은 차를 피하느라 더 불편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무법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보행자를 위협한다. 교통안내 중인 한 모범택시 기사는 “오토바이는 원칙적으로 연세로를 못 다닌다”며 “천천히 다니라고 타이르면 싸우려고 덤벼든다”고 말했다.

조금씩 늘고 있는 노점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날 오후에는 모두 9개의 노점이 연세로 차도를 점용하고 있었다. 대학생 유모(여ㆍ22) 씨는 “노점상이 많아지면 보행자들이 불편해진다”며 “서울시는 차없는 거리 시행후 나타나는 문제점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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