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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 18> 류현진등 야구선수 폼만 봐도 부상위험 파악…어깨관절 권위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근골격센터 유연식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LA 다저스 류현진 선수의 경우 본인이 맘만 먹으면 엘보우(팔꿈치)나 손목에 순간적인 힘을 줘 95마일 이상이 나오지만 몸통과 허리,손목을 골고루 리드미컬하게 이용해 상대적으로 부상의 위험이 덜합니다.

신시내티 레즈의 채프먼과 비슷한 폼으로 현 메이저리그 투수들 폼 중 가장 이상적이어서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메이져리그에서 대투수로 롱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손목이나 엘보우에 무리한 힘을 줘 강속구를 뿌리는 선수들은 바로 부상의 위험에 직면합니다. 얼마전 엘보우가 찢어져 은퇴한 ‘투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강속구 투수인 시카고 컵스의 마크 프라이어가 그런 사례죠.

윤석민 선수도 투구폼이 아주 좋은 편으로 스피드가 좋고 공도 묵직한데 엘보우에 스냅을 다소 많이 써서 부상에 신경써야합니다. 즉 힘의 밸런를 잘 조절을 해야 부상의 위험을 막을 수 있어요. 추신수 선수는 ‘보살’(타구를 잡은 야수가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잡아 아웃 카운트를 늘라는 것)을 잘하는 선수인데 저러다 엘보우에 무리가 올텐데라고 걱정했더니 결국 엘보우에 문제가 왔어요”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근골격센터 유연식 교수(49)는 야구얘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랐다. 야구매니아이자 근골격계 질환의 대가답게 근골격계질환을 야구선수와 접목시켜 설명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지금도 국내야구선수는 물론 메이져리그 전체선수의 이름과 소속, 투수들의 투구폼과 타격자세 등을 다 외고 있습니다. 어깨를 전공하는 의사로써 야구선수들은 임상의 보고(寶庫)인 셈이죠”

유연식 교수는 국내 어깨관절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국내 어깨관절 연구를 주도하는 대한정형외과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것과 더불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20명으로 구성된 국제스포츠관절경학회(ISAKOS)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의사의 삶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중학교 때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는 공학자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죠. 고민 끝에 의대에 입학했지만 ‘이 길이 내 길인가’하는 의문이 늘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전공과목을 택하는 과정에서 정형외과가 저와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어요. 운동과 공학의 원리가 적절히 반영된 스포츠 공학이 제 흥미와 적성을 충족시켰죠”

학창시절 취미 이상의 야구 경험과 공학에 품었던 관심 또한 그를 유능한 정형외과 전문의로 안착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인정받는 의사가 되어도 고민은 여전히 계속됐다.

“어깨분야를 전공한 지 몇 년 후 갑자기 무력함을 느꼈어요.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 해본 것보다 못해본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유 교수는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이 함께 있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생역학 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 생활을 했다. ‘생역학(Biomechanics)’이란 생물의 운동을 기계 공학적인 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운동과 공학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정형외과를 선택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공과대학 교수님 밑에서 로봇과 3차원 시뮬레이션, 유한요소모델(FEM: Finite Elements Method)에 대한 연구를 했어요. 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죠. 로봇과 3차원 시뮬레이션을 배우려고 공대 학생들 눈치도 많이 보고 몇날 며칠 따라다니며 조르기도 했어요. 사체를 이용한 FEM을 연구할 때는 사체 썩은 냄새가 정말 고역이었죠”

유한요소모델은 어깨의 움직임을 3D 좌표로 모델링해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일반인에 비해 근육과 관절을 몇 배나 더 쓰는 운동선수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일반인의 10년 후, 20년 후 모습을 예측한다.

“지금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주 생소한 방법이었어요. 당연히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야말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논문을 제가 써낸 거니까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연구하고 보완하면서 논문을 쓰다보니 국내뿐 아니라 해외 학계에서도 주목해주더군요”

그가 미국에서 보낸 2년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모험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 진귀한 경험은 그동안 쌓아온 의학적 지식과 접목돼 국내는 물론, 해외 어깨관절 연구의 새 지평을 여는 밑바탕이 됐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연구를 시도했고, 지금도 그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기에 ‘유연식’이라는 이름은 어깨관절 연구분야의 고유명사가 됐다.

특히 견봉쇄골관절분야에서는 자타공인 최고의 전문가로 불린다. 작년 한 해만 해도 1년 중 19주를 학회 참가차 해외에서 보냈다. 여기에 국내 학회와 각종 학술행사까지 더하면 한 달 네 번의 주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집 밖에서 보낸다.

“어쩌다 집에 있게 되더라도 강의에 쓸 자료를 찾거나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여가를 보내요. 어쩔 수 없이 ‘논문 쓰기’가 취미처럼 됐지요”

유연식 교수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는 40~50대 주부층이 많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악화되거나 새롭게 발생한 관절질환이 노화로 인해 점차 증상을 나타내는 연령대다. 환자 대부분이 별다른 외상 없이도 만성적인 어깨 통증을 느끼는 오십견 증상을 호소한다.

“많은 환자들이 팔을 머리 위로 드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심한 통증을 느끼는 중증단계가 돼서야 병원에 옵니다. 이렇게 되면 수술이 어려워지거나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이 높아져요. 초기 진단과 치료만 잘 이뤄졌더라도 괜찮았을 환자가 시기를 놓쳐 중증환자로 병원을 찾았을 때가 가장 안타깝죠. 경증환자의 경우 자세교정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고, 수술을 하더라도 평균 2~3개월의 비교적 짧은 회복기간과 높은 완치율을 보입니다”

유 교수는 평소 생활하면서 수시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두 팔을 좌우로 벌리는 동작을 해주는 것이 어깨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경우 집에 로잉머신(노젓기 운동기구)을 비롯한 펀치볼, 자전거 등 다양한 실내 운동기계를 구비해 놓고 있다며 “나는 괜찮은데 아내가 아플까봐”라고 웃으며 덧붙인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지만 앞으로도 미지의 영역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어깨건강을 위해 항상 바르고 꼿꼿한 자세를 생활화하세요. 등이 펴져야 어깨가 건강합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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