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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건> 과학연구, 투자만큼 윤리ㆍ신뢰 확보해야
김 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과학의 시작은 일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분야였다. 뉴턴을 포함한 대부분의 초기 과학자들은 자신을 자연 철학자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연구를 자연철학이라고 불렀다. 다분히 사변적인 연구가 많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도 대단했었다. 그러나 19세기, 과학의 결과는 기술 발전으로 연결돼 산업 혁명의 기반을 이뤘다. 이에 따라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러 전쟁을 치루며 그 승패가 과학 기술력에 의해 판가름되는 정도가 되면서, 기술의 파괴적 위력이 드러났다. 이후 정부는 과학발전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생겼고, 과학 기술력이 자연스럽게 국력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늘면서 과학 기술자 또한 그 수가 급격히 팽창했다. 과거의 고고한 선비와 같았던 초기 과학철학자들의 풍모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그저 그렇고 그런 전문인으로 집단화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연구비가 경쟁 또한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쟁이 결국 과학기술자들의 윤리를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구비 수주를 위한 경쟁은 진리보다 연구비 제공자의 기호에 영향을 받게 되고 말았다. 미국의 담배 회사들이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인지하면서도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한 다른 원인 찾기에 방대한 투자를 해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1950년 대 후반 폐암 발생률 증가의 주요 요소로 수많은 학자들이 확언했음에도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관련 재판에서 패소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한 해에 수백만 달러씩 생명과학 연구에 투자하면서 과학자 집단에 우군을 형성하려한 미국 담배회사들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연구 결과에 대한 압박은 확실치 않은 연구 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하는 잘못을 범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관련된 연구윤리 위반 사례도 늘고 있다. ‘네이처’ 2011년에, 지난 10년 사이 논문 철회 건수가 연간 30여 편에서 400편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기사를 실은 바가 있다. 기대효과가 큰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재원과 시간을 투여해 임상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기업은 새로운 시도에 투자한다. 설익은 혹은 조작된 결과의 발표는 방대한 경제ㆍ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손꼽히는 벤처인 암젠이 중요한 암 관련 논문 중 89%의 결과를 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보고한 사례는 이러한 모습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이 늘어난 투자에 걸맞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인 동료평가를 보완할 규범과 장치들이 필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사항은 투명성과 재현 용이성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연구비의 제공자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방법론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과학기술자들 모두가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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