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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강사 직원들, 조선소 앞에 줄서는 이유는?
-‘공급과잉’ 국내 철강시장, 영업ㆍ마케팅 강화
- 수요부진 후판시장 경쟁 뜨거워…국내 3사 마케팅 승부수
- CEOㆍ직원 가릴 것 없이 현장行…‘工期 관리용’ 모바일앱 개발등 마케팅 치열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후판 생산업체 영업직원들이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조선소 현장을 찾고 있다. 조선업체 수주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 해 후판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철강사가 직접 고객확보에 나선 셈이다. 철강사 영업직원들이 조선소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도 허다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철강사 직원은 14일 “최근 조선소 현장 방문이 크게 늘었다. 철강사 직원들이 연달아 방문해 만남을 요청하니 조선소 측에서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후문도 있다”고 전했다. 

권오준(왼쪽 두번째) 포스코 회장이 4일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해 이재성(왼쪽 첫번째) 현대중공업 회장과 아산기념관에서 조선소 건립 전의 미포만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CEO도 예외는 아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4일 울산 현대중공업, 거제 삼성중공업을 잇따라 방문한 것을 두고 철강업계는 한동안 뒤숭숭했다. 한 때 “포스코는 물량만 잘 배분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 철강 시장을 호령했던 포스코가 고객 마케팅을 위해 조선소 방문을 먼저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급중심 산업이었던 철강업이 수요중심산업으로 변화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철강 수요 감소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철강업 불황은 올 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수요 부진이 가장 극심한 후판의 경우는 수입산 공세와 더불어 현대제철 3고로 완공으로 국내 생산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해 국내 3사의 후판 생산능력은 1340만t으로 수요 추산치(922만t)를 300만t 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 고객사인 충남철강 직원이 ‘DK m-Biz’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 정보를 조회하고 있다.  [사진제공=동국제강]

위기에 처한 철강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마케팅 강화다. 기술 개발, 원가 절감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됐고 이젠 과거 ‘갑(甲)’의 자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고객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동국제강은 최근 후판, 형강, 철근 제품의 생산 현황과 출하 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앱(app) ‘DK m-Biz’를 개발해 100여곳의 주요 고객사에 무료 배포했다. 후속공정에 대한 예측을 높여 고객이 이후 공기(工期)를 조절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동국제강은 또 지난 해 12월 원료본부와 영업본부를 통합했다. 원료단계에서부터 영업과 연계해 고객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 단계부터 고객이 필요하는 소재를 반영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변화다. 올 해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도 기술과 마케팅의 결합을 통한 고객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철강솔루션센터’를 설립, 기술력과 마케팅 기법의 융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이른바 ‘토털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포스코 산하 기술연구소 내 연구원을 마케팅 부서에 투입해 고객이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의 니즈와 동떨어져 있다면 팔리지 않는다”며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제철도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 자사 제품과 기술을 홍보하는 ‘기술품질교류회’를 확대하고 있다. 또 매년 1~2월에는 우수고객 초청 신년하례회를, 6월에는 해외바이어 초청행사(GCC)를 열어 100여명의 해외 고객을 초청해 기업 분위기 및 사업 내용을 전달하고 국내 문화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외 고객들을 직접 제철소 현장에 초청해 생산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고객 신뢰를 얻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과의 스킨십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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