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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 - 김미소> 아프리카 땅에 중고의류 수입은 필요악?
작년 봄 킨샤사 중고의류 시장이 들썩였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현 총리 오거스틴 마따따 (Augustin Matata)가 사석에서 던진 발언 때문이었다. 총리는 콩고 의류제조업 발전을 저해하는 중고의류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이는 전세계에서 중고의류를 수입하는 업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고의류는 그렇게 쉽게 금지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콩고 전체 인구 약 7500만명 중 70% 이상이 극빈층으로 하루 한끼를 1달러 미만으로 해결하고 살아간다. 콩고의 모든 제조업은 1991년 모부투 독재정권 당시 급여를 받지 못한 군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1993년에 자이르 지폐(구 화폐, 현재는 콩고 프랑을 쓴다)를 은행에서 거부당한 군인들의 2차 폭동이 이어지면서 폐허가 됐다.

군인들의 폭동은 대부분의 외국인들과 공관 철수를 불가피하게 했고, 외국인 자본과 기술이 빠지면서 제조가 멈추고 산업이 사라졌다.

이후 광물과 일부 농작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며, 내전으로 망가진 도로는 항공 물류비를 가중시켰다. 현재 DR콩고에서 유통되는 의류는 대부분 메이드 인 유럽 이라는 이름을 달고 터키 이스탄불 시장이나 이태리 보세공장에서 들어온다. 저렴하지도 않다. 최소 15~20달러다. 중국산 의류도 점점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지만,이 곳 시장에서 가장 힘이 있는 것은 중고 의류다.

가난하다고 옷을 입지 않을 수는 없다. 더구나 콩고인들은 옷을 잘 차려 입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서 모아지는 재활용 옷을 수거해 헐값에 들여오는 중고의류시장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킨샤사 거리에서 한글이 쓰여진 옷을 입은 콩고인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지에서 특히 한국산 중고의류는 품질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유럽에서 오는 중고의류는 낡은 의류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산 중고의류는 몇 번 안 입은 옷들이 많이 섞여 있고 명품의류도 곧잘 발견되기 때문이다.

콩고에 아무런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콩고 내 가장 많은 제조업을 이끌어 가는 레바논인들의 저력에 대해 묻자 한 레바논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폭동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외국인들은 모든걸 다 버려두고 안전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지만 레바논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투자한 것들을 지키며 버티면서 기회를 잡는 것이다. 어차피 레바논으로 돌아가 봤자 사방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콩고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제조가 다시 시작됐고, 곳곳에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아직 세팅되지 않았고, 가격이 매겨지지 않은 기회의 땅이다.

김미소 코트라 킨샤사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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