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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엽이 예능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식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매주 1~2개씩 새로운 예능 맛보기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게 프로그램의 R&D(연구 개발) 성격을 띠고 있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의 양산은 예능 제작진과 함께 예능MC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예능 트렌드가 급변하고 어떤 스타일이 먹히는 지를 알기 힘든 상황에서는 일단 새로운 프로그램을 던져놓고 ‘간‘을 봐야 한다.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MC 한 명이 치고 나올 수 있는 예능 구조가 아니다.

헨리나 윤후 등 예상치 못한 멤버가 시청률을 올려준다. ‘후대장’ 윤후가 역할이 바뀌어 캐릭터가 약화되자, 놀이공원 적응에 애를 먹어 아빠 안정환을 힘들게 만든 리환이가 짠한 느낌을 주며 뭔가 될 것 같은 조짐이다. 이런 관찰예능의 홍수속에 스튜디오 예능만 하던 김구라도 야외 버라이어티(‘사남일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찰예능의 트렌드가 언제까지 갈지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예능MC들은 다 불안하다.

하지만 신동엽은 이런 분위기를 약간 벗어나 있다. 무려 9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신동엽은 ‘19금’ 토크쇼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금 토크로 인기를 얻으면서 ‘19금‘ ‘19금’만 계속 하다 식상해지는 그런 그림이 예상될 수도 있었지만, 신동엽은 오히려 19금을 타깃에 맞게 차별화해나갔다.

‘마녀사냥’은 여성을 위한 ‘19금‘, ‘SNL코리아’는 남성을 위한 ‘19금’,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는 중년까지를 포함하는 층을 위한 ‘19금‘ 등으로 상황에 맞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동엽은 ‘19금’에도 여러가지 ‘결’을 보여준다.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 폭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MC들이 하기 힘든 시도다. ‘19금’은 수위가 올라가면 여성들이 듣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신동엽은 센 발언은 중화시키고, 약한 발언은 발전기를 돌리고 더 야한 재료를 집어넣어 요리할 줄 안다. 그러니 생각보다 야한 토크가 오가는 ‘마녀사냥‘에서 수위가 올라가도 여성들이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지성(학구)과 감성(풍류)을 아울러 갖추고 있는 ‘욕정발라더’ 성시경의 탐구정신이 19금 토크를 저급하지 않게 만드는데 일조하지만, 신동엽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송 트렌드가 100번 바뀌어도 존속이 가능한 ‘동물농장’ MC를 14년째 하고 있고, 생활 토크쇼처럼 된 ‘안녕하세요’의 진행도 차분하면서 톡 쏘는 맛이 있다. 신동엽 본인은 9개나 되는 프로그램 진행의 차별화를 걱정한다고 하지만, 이쯤 되면 예능MC들의 불안에서 약간 비켜나 있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닌가?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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