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심플 /켄 시걸 지음 /김광수 옮김 /문학동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해 원버튼을 고집했다. 전세계에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애플의 제품, 전략, 마케팅 등을 관통하는 것은 ‘단순함’의 힘이었다.

‘미친듯이 심플’의 저자인 켄 시걸은 17년 동안 잡스와 광고ㆍ마케팅을 함께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동안 외부인들이 잡스나 애플을 조사해서 만든 책과 달리 잡스를 곁에서 지켜본 저자가 직접 쓴 책이다.

저자는 잡스가 단순함을 거의 종교처럼 신봉했다고 전했다. 열광이나 열정에 넘어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잡스는 아이폰의 깔끔한 디자인처럼 군더더기없이 애플을 경영하고자 했다.

잡스는 전 세계 애플 임원의 수를 100명으로 한정하고, 연례회의인 ‘톱100’을 운영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외울 수 없고, 100명이 넘으면 조직구조를 그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꿔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997년 잡스는 애플에 복귀했을 당시 20여가지가 넘는 제품군을 개인용ㆍ전문가용 두가지 버전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4가지로 줄였다.

이같은 잡스의 경영 원칙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가 ‘심플 스틱’이다. 잡스가 어수선한 결과물을 내놓은 직원을 크게 혼냈을 때 애플 직원들은 “심플 스틱으로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저자는 잡스의 ‘미친듯이 심플’한 경영 원칙을 11개로 정리했다. 특히 제1의 경영 원칙으로 ‘냉혹함’이 꼽힌다. 잡스가 인정없는 냉혈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일의 과정과 평가에서 분명하고 단호했다는 뜻이다

잡스는 자신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하고, 상대방의 감정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단도직입적인 것은 단순함이지만, 머뭇거림은 복잡함이다. 대신 전날 회의에서 누군가와 불꽃 튀게 싸웠더라도 다음 회의에서는 이를 ‘초기화’했다.

뿐만아니라 잡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보다 낫다고 인정하면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1998년 잡스는 최신 컴퓨터를 소개하며 이름을 ‘맥맨(MacMan)’이라고 짓겠다고 고집했다.

저자는 잡스에게 인터넷 등을 의미하는 아이(i)를 붙여 아이맥으로 짓자고 제안했고, 잡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직원들의 의견을 물은 끝에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