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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막 연 ‘문학 한류’ 유럽서 가능성 열다
한국 주빈국 참석 ‘2014 런던도서전’ 성료
“한국 동화, 손자들 읽어주겠다”
카밀라 왕세자비 우수성 극찬

엄마 · 암탉 등 英베스트셀러 반열에
“소수언어권 진입 장벽 하나 넘은 셈”

한국스타작가 10명, 독자들과 교감
“전문번역자 부족이 세계진출 걸림돌”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2014 런던도서전이 열린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 한국 전시관에는 영국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라 콘월(66) 공작부인이 찾아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를 만났다. 콘월 공작부인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들을 유심히 살핀 뒤, “내가 읽은 한국 동화, 손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면서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영어판은 지난달 30일 영국의 대형서점 포일즈(Foyles) 런던 워털루 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소수언어권 문학에 인색한 영국의 서점 베스트셀러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정상을 차지한 것은 최초다. 영국 최대 규모의 서점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는 이 책을 ‘3월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황 작가는 이번 도서전 사흘 간 동안 매일 1명씩 선정되는 ‘오늘의 작가’에도 이름을 올리며 다양한 문학행사에 참여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왼쪽)이 지난 9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2014 런던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 찾아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오른쪽)를 만나고 있다.  [런던=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지난해까지 해외에 출간된 한국 문학 서적은 37개 언어권 2820종이며, 이중 영어권에 출간된 서적은 12종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올해엔 15~20종이 더 소개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영어권 출판시장의 진입장벽은 높은 편이다. 11일 화려한 막을 내린 런던도서전에서 한국 문학이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문학한류’의 서막으로 기대감을 갖게했다.

코티나 버틀러 영국문화원 문학부장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영국 내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한(恨)의 정서 등 독특한 정서와 보편적 주제가 공존하는 한국 문학에 많은 영국 독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도서전에는 황선미를 포함해 황석영, 이문영, 이승우, 김혜순, 김인숙, 신경숙, 김영하, 윤태호, 한강 등 한국을 대표하는 10명의 작가들이 각종 문학 행사에 참여해 현지 독자들과 만났다. 이들 행사에는 현지 출판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질문을 던지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해외 판권 판매를 맡고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영국의 대형출판사들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자존심 때문에 비영어권의 작품을 취급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며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영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거대한 진입장벽 하나를 넘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에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던 런던도서전이 10일(현지시간) 폐막됐다. 사진은 런던도서전에 국가대표로 참가한 작가들. 왼쪽부터 소설가 이문열, 한강, 김인숙,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소설가 이승우, 신경숙, 웹툰 작가 윤태호씨.  [런던=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은 많다. 지난 2012년 9월 30일, 싸이 ‘강남스타일’이 UK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K팝한류가 잘 된다고 해서 다른 장르의 한국 콘텐츠 역시 금새 호평받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여원미디어의 김동휘 대표는 “K팝과 드라마 등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그때뿐인 인기를 끌다가 잊힐 위험성도 크다”며 “도서전에 참여하다보면 한류 콘텐츠로 한국문화를 접한 뒤 한국 관련 서적을 찾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난다. 한류 콘텐츠가 유행가처럼 사라지지 않고 정착하려면 기록문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채식주의자’의 영어판 출간은 7년, ‘마당을 나온 암탉’은 3년이 걸렸다”며 “작품 하나를 해외 독자의 구미에 맞게 편집하고 홍보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석영 작가는 “한국 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좋은 번역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며 “무엇보다도 전문 영문 번역자를 키워내고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열 작가는 “서양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실생활에서 쓸모가 없다면 관심을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한국 문학 번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학 외에 웹툰도 주목을 받았다. ‘미생’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윤태호 작가는 8일 주영한국문화원에서 문학행사를 가졌다. 윤 작가는 “웹툰은 온라인에 최적화 된 한국 고유의 콘텐츠로 순수문학보다 해외진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준구 네이버 웹툰사업부 부장은 “한국 웹툰에 대한 영국내 관심이 살아나고 있음을 감안, 오는 7월께 영미권을 대상으로 한 웹툰 홈페이지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런던=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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