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년 간 동식물 등 자연독에 의한 식중독 보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 18건에 환자 수는 231명이었다. 이 중 식물에 의한 사고는 11건에 환자 수는 211명, 동물에 의한 사고는 7건에 환자 수는 20명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식물은 봄철나물로 흔히 먹는 원추리로 2건에 104명의 환자를 냈다. 원추리는 콜히친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은 채내에서 산화된 후 이산화콜히친을 형성해 쿠토, 복통, 설사,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봄이 오면 TV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기사는 독초를 식용식물로 오인해 잘못 먹고 탈이 나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나물이나 약재로 이용해온 식물들 중에는 독소를 포함한 것들이 많다. 특히 새싹이 돋아나는 봄철에는 식용식물과 독초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김원학ㆍ임경수ㆍ손창환 지음, 문학동네)’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다양한 식물 50여 종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식물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감자, 고사리, 피마자, 원추리, 살구나무부터 화려한 꽃으로 유혹하는 흰독말풀, 복수초, 석산, 수선화, 주목, 팥꽃나무를 비롯해 약초가 되기도 하는 독초인 미치광이풀, 겨우살이, 더위지기, 양귀비, 현호색 그리고 기호품과 유용작물로 재배되는 담배, 꼭두서니, 삼, 목화, 차나무 등 광범위하다.
“봄에 새순이 돋을 때 산마늘은 줄기마다 제각기 한 개의 잎이 나오는데, 은방울꽃은 줄기 한 개에서 두세 개의 잎이 갈라진다. 산마늘의 잎은 둥글고 편평한 반면에 은방울꽃은 길고 골이 깊다. 산마늘은 비늘줄기가 발달해 있다. 그래도 구별이 잘 안 되면 잎을 찢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된다. 산마늘에서는 마늘 향이 난다. 은방울꽃의 새싹은 백합과 식물인 둥굴레, 풀솜대 등과도 모양이 유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270쪽)
오랫동안 환경ㆍ생태 기자로 일해오거나 응급의학과에서 중독 사고를 목격하고 임상을 연구해 온 저자들은 한국의 산야 곳곳을 누비며 사계절 독초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들은 상세한 취재과정을 통해 독초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오류를 파악하고 세간에 잘못 알려진 정보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와 더불어 약용으로나 다른 자원으로도 가치가 높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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