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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흔한 정물화에서 한발 나간 그림들…Who‘s room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아직도 그 지루한 정물화를 그리는 작가가 있단 말이야?”

첨단 미디어아트에 빠져있는 요즘 미술가들은 전통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 대해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도 젊은 작가들이 클래식한 정물작업에 열심이라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정물화이고,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다. 그러나 고루하진 않다. 

한성우 목공실1.2 , 캔버스에유채 260x388cm, 2013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이화익갤러리가 정물작업을 하는 신진작가 4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후즈 룸’(Who‘s room)이라는 전시에는 그저 그런 정물화에서 살짝 나아간 그림들이 모였다. 기획은 설원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가 맡았고, 한예종 대학원 출신의 곤도 유카코(41)·나빈(31)·이우성(31)·한성우(27) 작가가 참여했다. 설원기 교수는 “이탈리아의 조르주 모란디(1890~1964)는 한때 미래파 그룹에 동참했으나 이후 작은 병 몇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옮겨가며 끈질기게 이를 그렸다. 작업실에 칩거하며 ‘정물화의 정점’에 닿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모란디의 지극히 평범한 작업은 오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시점에도 그런 작업은 여전히 유효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들 네명의 작가들에게도 정물작업은 (모란디의 경우와 매한가지로) 곧 자신의 일상과 삶을 확인하는 수단이자, 중심이 되고 있다. 

이우성 돌아가다 들어가다 내려오다 잡아먹다, 50x65.1cm, Gouache on canvas,2013.[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참여작가 중 일본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예종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곤도 유카코는 음식에 주목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식탁 위에 어머니가 차려준 정갈한 연어구이가 있는가 하면, 선친을 모시는 제사음식이 경건하게 차려져 있기도 하다. 때로는 먹다만 컵라면 용기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나뒹굴기도 한다. 지극히 낯익은 풍경이지만 웬지 공기가 ‘싸’한 게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한예종 동기였던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서울에 체류 중인 곤도 유카코는 “시아버지가 햄을 구워서 병든 개에게 정성껏 먹이는 것을 보고 ’저 밥그릇에 담긴 밥처럼 정물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곤도 유카코 Asagohan, 39x54cm Acrylic on cotton,panel 2012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나빈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캔버스에 형상화한다. 의미있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기억을 반추하며 상대방이 지녔던 휴대전화, 지갑 등을 화폭에 옮긴다. 작가는 “관람객이 내 그림 앞에 섰을 때 마치 테이블에 앉아있는 듯 ‘기억’을 소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칠고 어지러운 한예종 목공실의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한성우, 테이블 위 낯선 정경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독특하게 표현한 이우성의 작품도 출품됐다. 전시는 15일까지. 02-730-7817

yrlee@heraldcorp.com

나빈 선플라워, 캔버스에 유채 130.3×80.3cm 2012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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