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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익은 풍경의 새로운 해석…63스카이아트 '낯선 공간, 낯선 풍경' 展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풍경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선하고 설득력있는 풍경작업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 미술관이 기획한 ‘낯선 공간, 낯선 풍경’전이 바로 화제의 전시다. 63빌딩 60층에 위치한 ‘한국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인 63스카이아트는 2년에 한번 꼴로 역량있는 유망작가의 작품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이경하, 이문주, 이효연, 하이경 작가가 ‘63 뉴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돼 그간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작가별로 4개 섹션으로 꾸며져 총 50점의 대작이 내걸렸다.

이경하, Cover with Blue, 2011, 145 x 145cm, 캔버스에 유채, 목탄 [사진제공=63스카이아트 미술관]

‘63 뉴 아티스트 프로젝트’는 매년 한가지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는 작가를 뽑은 뒤 창작을 지원하고, 2년에 한 번씩 작품전을 여는 프로젝트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대도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겸한 63스카이아트미술관의 특성을 반영해, 도시 공간과 풍경을 독창적으로 해석해온 정직성, 한조영, 권인경, 이상원 작가가 선정된바 있다. 올해는 이경하 이문주 이효연 하이경 등 40세 언저리의 여성작가 4명이 선정됐다.

이경하는 ‘페인팅 워커스’라는 타이틀로 목탄과 유화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한 화폭에 어우러지게 한 노작(勞作)을 선보인다. 검은 잿빛의 목탄과 강렬한 유화물감(주로 푸른빛)이 공존하는 작품은 ’현실과 이상’, 두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즉 목탄은 연극무대의 배경처럼 ‘공간’을 드러내며, 그 위의 유화물감은 ‘인간’ 또는 ‘대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두가지 상반된 요소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인생을 살며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대립과 모순의 순간을 밀도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효연 어반스케이프, 2012. 130x194cm 린넨에 유채 [사진제공=63스카이아트 미술관]

‘그 무엇도 아닌 풍경’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꾸민 하이경은 도시의 한 부분, 일상의 풍경을 포착한 그림을 내놓았다. 대단히 낯익고 흔한 풍경이지만 하이경은 이를 낯설고 새롭게 변주하고 있다. 일상을, 그리고 세상을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 바라본 그림은 작가의 관조적 시선을 엿보게 한다. 하이경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0여년간 작업을 멈췄다가 다시 붓을 잡았다. 많은 걸 내려놓고 차분한 산책자의 심정으로, 가파른 현대공간의 감춰진 면모를 탐구한 그림은 조용한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이효연은 ‘마인드 스케이프’라는 제목으로 인간의 뒷모습을 담은 작품을 내걸었다. 사람들의 뒷모습은 앞모습과는 달리 누구도 허세를 부리거나, 억지로 꾸밀 수 없어 더 끌렸다고 작가는 토로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에 ‘사람이 볼 수 없게 되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의문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도 시도했다. 흰 수건으로 눈을 가린 인간을 화폭에 담은 그림은 현대인의 내면을 깊고, 절실하게 담고 있다. 이효연 회화는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않고, 인물의 움직임은 동적이지만 한편으론 정지한 듯해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하이경 한 턱(Treat), 2014. 103x162cm 캔버스에 유채[사진제공=63스카이아트 미술관]

자칭 ‘쓰레기를 그리는 작가‘인 이문주는 ’개발지역’이란 타이틀로 버려진 공간을 그린 대작들을 내놓았다. 서울, 베를린, 디트로이트 등 도시 곳곳에서 관찰된 재건축 예정지, 폐허가 된 건물, 공터, 쓰레기와 건설 폐기물을 그린 작품은 을씨년스런 가운데 우리 삶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적 요소도 품고 있는 이문주의 회화는 현대 도시에서 늘상 마주치는 ‘파괴와 재생의 사이클'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겹의 이미지가 중첩된 작품은 우리 시대의 또다른, 동시에 진실한 풍경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02)789-5663.

yrlee@heraldcorp.com

이문주 이포보, 2012. 200x320cm. 캔버스에 아크릴 [사진제공=63스카이아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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