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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온과 거울이 빚어낸 환상..이반 나바로 서울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지난 2011년 미국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모리쇼’에 환상적인 네온 울타리작업을 선보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반 나바로(42)가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첫 한국전을 연다.

이반 나바로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타이틀은 ‘299 792 458 ㎧’.
제목의 숫자는 빛의 속도를 뜻한다. 작가는 2011년부터 유명한 고층건물의 도면을 네온조각으로 구현한 ‘천국 또는 라스베이거스’ 연작을 내놓고 있다. 6각, 3각, 타원 등 다양한 형태의 네온작품은 미국 시어스 타워, 콜롬비아센터를 형상화한 것으로, 끝없는 심연 속으로 빨려들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 전시에는 잠실에 건립되고 있는 롯데월드 타워의 도면을 차용한 네온 작품도 포함됐다.

작가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건축물이나 현대의 건축물 중 작업하는데 롯데월드 타워는 모양이 흥미로와 선택했다”며 “전형적인 고층빌딩의 모양이 아닌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1997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현재 뉴욕을 무대로 활동 중인 나바로는 “작품 전면에 영어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이민자로서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우던 추억 때문이다. 단어장을 만들며 영어 단어를 외웠는데, 특히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에 끌렸다. 그래서 애착이 가는 단어를 네온작업 전면에 새겨넣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 타워 작품에는 ‘짐’(Burden)이라는 단어를 곁들였다. 작가는 “단어 자체가 시적이고, 추상적인 데다, 롯데월드 타워의 형상이 밑으로 축 쳐지는 타원형이어서 ‘짐’과 연관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



칠레 출신의 이반 나바로는 세계 미술계에서 ‘네온 아트의 떠오르는 별’로 꼽힌다.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 독재 하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리곤 이를 밝은 빛으로 표현하게 됐다.

작가는 네온과 거울로 무한 반복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인 거울을 일방 투시거울의 반사면을 바라보도록 배치한 뒤, 그 사이에 조명을 끼워넣어 조명이 끝없이 반사되도록 한 작업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 작업의 힌트는 11년 전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걷다가 얻었다. 건물 벽에 매달린 별 모양의 램프에서 별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본 작가는 그 뒤로 다양한 종류의 거울로 실험을 거듭해 현재의 작품을 창출해냈다. 



갤러리현대 지하 전시장에 작가는 장소특정적 작업인 ‘현대 울타리’를 설치했다. 남북 대치상황을 은유하는 이 작업은 ‘벽은 폭력으로부터 선을 긋고, 보호하는 힘을 가졌다'라는 일본의 건축거장 안도 다다오의 말에 영감을 받았다.

나바로의 작품은 런던 사치콜렉션(Saatchi Collection), 파리 국립현대미술컬렉션(Fonds National d’Art Contemporain)과 루이비통 콜렉션(LVMH Collection), 워싱톤의 허쉬혼미술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등 유명 미술기관에 소장돼 있다.

작가는 뉴욕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도 ‘이 땅이 너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 이민자들을 위로하는 네온 설치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형 급수탑에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을 담은 메시지를 네온으로 써넣어 호평받고 있다.
yrlee@heraldcorp.com

사진설명
이반 나바로 Desert (Columbia Center) 2011, Neon, wood, paint, plexiglass,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120x106.7x17.8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이반 나바로 Impenetrable (Shout) 2012, Fluorescent lights, resin, mirror, one 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94x104.1x105.4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이반 나바로 Ecco(Brick) 2012, Neon lights, bricks, paint, plexiglass,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90.2x189.2cm [사진제공=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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