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 X파일> 공시에 나타난 벤처신화 박병엽 전 팬택 회장의 씁쓸한 근황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공개된 각 기업의 연봉 5억 원 이상 임원들의 급여는 많은 뉴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주머니 사정부터, 회사 평직원들이 평균 급여까지 비교 대상에 올랐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팬택의 창업자이자 지난해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병엽 전 회장의 알려지지 않았던 근황도 드러났습니다.

박 전 회장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486세대를 대표하는 IT 기업인으로, 지금도 팬택 직원들은 물론, 관련 업계 종사자들, 심지어 같은 486 세대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무급휴직이라는 고통까지 기꺼이 감내하는 사이, 팬택의 앞과 뒤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자신 소유 회사의 살을 찌우고, 수십억의 배당까지 받고, 심지어 두 아들에게도 자회사 지분을 나눠준 모습은 씁쓸할 따름입니다.

3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팬택씨앤아이의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이 회사로부터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83억 원을 배당받았습니다. 연도별로는 2011년 29억 원, 2012년 30억 원, 지난해 24억 원 등입니다. 또 팬택씨앤아이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라츠 역시 지난해 30억 원을 모회사 팬택씨앤아이에 배당, 박 전 회장의 배당 챙기기에 간접 지원을 했습니다.

라츠와 팬택씨앤아이 두 회사는 팬택에 용역과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고, 또 완제품을 납품받아 다시 통신사 대리점에 공급하며 지난해만 각각 147억 원과 12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이 기간 팬택은 292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구체적으로 팬택씨앤아이는 팬택에 시스템 관리(SI, SM) 및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면서 2012년 629억 원, 지난해는 6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네요. 또 라츠 역시 팬택으로부터 지난해만 62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766억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팬택씨앤아이의 다른 자회사 중 피앤에스네트웍스에도 눈길이 갑니다. 이 회사는 화물운송, 즉 팬택의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게 주 업무인데요, 이 회사 지분의 60%를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피앤에스네트웍스는 2011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5억원을 주주, 즉 박 전 회장의 회사 팬택씨앤아이와 그의 두 아들에게 배당했습니다. 8억원을 배당한 올해 배당성향률은 80%에 달하네요. 5000원짜리 주식 한 주당 4000원의 배당금을 줬다는 이야기입니다.

모회사 격인 팬택은 수천억원의 적자에 두손두발 들고 말았지만, 이제는 관계사 신분도 아닌 전 관계사들은 여전히 잘 나가는 모양입니다. 최근에는 팬택씨앤아이가 차기 스포츠토토 사업권 획득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는 뉴스도 보입니다.

한편 팬택에 모두 4400여억 원, 기관별로 많게는 1900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물린 채권단은 이 같은 관계에 별로 걱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팬택과 팬택씨앤아이의 거래 비중이 지난해 말 20% 이하로 떨어져, 일단 박 전 회장과 팬택의 관계는 정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 전 회장 개인재산도 별로 없고, 팬택 내부와 채권단 사이에서도 나름 열심히 했다는 평가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자기 돈이 아니라지만, 돈을 떼일 처지에 있는 사람의 말치곤 좀 한가한 모습입니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