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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수곤> 부동산 시장의 정책課稅와 거래절벽
지난해 말 여야가 극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를 합의했을 때만해도 부동산 시장은 이제 침체의 사슬을 끊고 안정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며 환영했다. 도입 10년 만에 없어진 세제로 다주택자들이 죄인이 아니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공급자로 존재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의미도 있다. 실제로 올 초 부동산시장은 다주택자 중과폐지를 포함한 각종 규제완화로 활기를 띠었다. 2월 주택거래량이 7만9000건으로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남 재건축 인근을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상승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봄날도 잠시였다. 2월 말 임대소득자에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책이 나오면서 3월 말 서울 아파트 거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다시 거래절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금이 화근이었다. 역대정부에서 부동산시장 안정 또는 활성화 정책을 펼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던 것이 세제였다. 재정확보를 위해 쓰여야 할 세금정책이 부동산 안정을 위해 이용됨에 따라 시장의 부작용이나 왜곡이 뒤따랐다.

지난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본격 도입되면서 과세기준이 6억원으로 강화됐고, 세대별 분리과세에서 합산과세로 전환됐다. 이른바 8·31 대책으로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강남 부자들이나 다주택자들은 세금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세대별 합산과세는 추후 헌재의 위헌 판결로 없어졌고 과세기준도 9억원으로 완화됐지만 8·31 대책의 여진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건설업체들은 정부가 시장을 옥죈다고 보고 집을 덜 지었고, 실수요자는 계속 집을 찾다보니 2006년 부동산 가격은 전년보다 더 뛰었다. 이것도 잠깐,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납부가 본격화됨에 따라 급매물이 속출되는 등 시장이 급랭되기 시작한 2007년엔 주택거래량이 전년 108만 2000건에서 86만8000건으로 줄었다. 세금정책으로 당시 집값도 못잡고 결국 시장의 거래절벽(물론 2007년 후반기부터 한국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영향을 받았음)을 몰고온 것.

무엇보다 정책 세제의 문제점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데 있다. 집주인이 세금 폭탄을 맞으면 자기 돈으로 납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담을 다시 전세나 월세에 전가시켜 오히려 정부가 보호하려는 세입자들에 피해가 간다. 집을 가지는 데 돈이 많이 드니 자꾸 전세만 찾고 이는 또 전셋값만 치솟게 해 서민들만 힘드는 등 악순환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라는 것이 예민하고 국민 경제 전체에 대한 영향력(부동산이 국민들 재산비중의 70~80% 차지)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부동산 시장엔 인구구조(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경제성장률, 금리, 글로벌 경기 여건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세제보다는 금융이나 규제완화, 유효 수요나 공급 정책이 더 유용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지만 부동산 시장은 세금 때문에 다시 겨울로 갈 태세다. 임대 과세 시기를 전월세난이 해소되는 때로 재검토하거나 아니면 은퇴 고령자들의 임대소득은 배려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이수곤 소비자경제부장 lee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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