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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지구촌 ‘몬스터 엘니뇨’ 공포 확산
태평양 기상조건 급변
97~98년 상황과 닮은꼴
올 엘니뇨 발생확률 최소 60%

인도 GDP의 14%가 농업
곡물 생산 대규모 타격 우려

호주 · 브라질 등 충격파 전망
커피 · 코코아 · 설탕 · 고무…
국제 선물가격 일제히 상승세


‘몬스터 엘니뇨(El Nino)’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97∼1998년 전 세계를 할퀴고 간 슈퍼 엘니뇨가 올해 또다시 찾아올 것이란 소식에 글로벌 농산품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당시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5℃ 이상 높아지는 엘니뇨로 2만3000명이 목숨을 잃고, 35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 몬스터 엘니뇨가 재발하면 글로벌 경제에도 적잖은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를 인용해 “지구 평균 기온이 2.5℃ 상승하면 글로벌 GDP는 최대 2% 감소하고, 밀, 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발되는 비용은 연간 700억∼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엘니뇨와 라니냐 등 이상현상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글로벌 경제도 시험대에 오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엘니뇨 확률 60%=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엘니뇨 발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컬럼비아대 국제기후사회연구소(IRICS)는 향후 6개월 내 엘니뇨가 시작될 확률이 50%에서 60%로 올라갔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IRICS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함께 연초 ‘엘니뇨 주의보(watch)’를 발령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에릭 블레이크 NOAA 허리케인센터 소속 전문가는 “태평양의 기상 조건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1997∼1998년 몬스터 엘니뇨 직전 상황과 소름 끼치게 닮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 기상청(BOM)은 지난 25일 엘니뇨의 강도를 나타내는 남방진동지수(SOI)가 -12.6을 기록해 지난 201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SOI가 -8 아래로 내려가면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와 미국 민간기상업체 MDA웨더서비스 등도 최근 엘니뇨 발생률이 올 하반기 75%에 달할 것이란 예측을 잇달아 내놨다.

▶인도경제 직격탄=엘니뇨 피해가 집중될 곳으론 인도가 지목된다. 인도는 농업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농업국가다. 엘니뇨로 작황이 타격을 입으면 인플레이션과 성장 위축 등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제 미국 투자회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인도에서 엘니뇨가 일어날 때마다 곡물 수확량은 평균 4.7% 감소했다.

엘니뇨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 [자료사진=AFP]

또 2002년 엘니뇨 때는 강우량이 20% 급감하면서 곡물 생산량이 18% 줄어들었다. 그 여파로 GDP는 3.9%로 주저앉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4월 시작되는 2014∼2015회계연도 인도 GDP 성장률을 5.4%로 예상하고 엘니뇨로 인해 여기서 50∼75bp(1bp=0.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티그룹도 2015∼2016 회계연도 GDP 성장률 예측치 5.6%에서 50∼90bp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히니 말카니 인도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정하는 데 식품이 50%를 차지한다”면서 “엘니뇨의 충격이 반영되면 CPI도 당초 예상치인 8%보다 웃돌게 될 것”으로 설명했다.

또 인도 신용평가사 CRISIL은 더 나아가 올해 엘니뇨로 인플레이션이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데 이어, 2015∼2016 회계연도 GDP 성장률은 6%(예측치)에서 5.2%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 농산품시장 ‘들썩’=엘니뇨의 공포는 국제 농산품 선물시장까지 옮겨붙고 있다.

엘니뇨가 인도 뿐 아니라 호주, 브라질 등 대표적 농업국가에 폭넓게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설탕, 커피, 고무 등 소프트원자재뿐 아니라 천연가스까지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품시장 선물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리고 있다.

29일 런던 ICE 시장에서 코코아 5월 선물가격은 톤당 2983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초 기록한 2년 반래 최고치(3039달러)에 근접했다. 이날 아라비카 커피는 파운드 당 180.60센트에 장을 마감, 주간 상승률 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최대 커피ㆍ사탕수수 생산국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산품 가격이 일제히 랠리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엘니뇨 발생설’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밀 가격의 상승세도 장기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고무 생산량이 올해 6∼8% 떨어질 것이라면서 엘니뇨발(發) 농산품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엘니뇨(El Nino)=남미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 ‘엘니뇨’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의미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페루 연안은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 상승하는데, 심할 때는 7∼10℃ 정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 어장이 황폐화되고, 상승기류가 일어나 중남미 지역에 폭우나 홍수의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반면 태평양 반대쪽인 호주 일대에는 극심한 가뭄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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