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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매매 위축은 딴세상…경매시장은 4년내 최고 활기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7계.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116.94㎡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오자 7명이 응찰했다. 감정가 13억5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미 한차례 유찰돼 10억800만원부터 입찰이 가능했다. 낙찰이 결정된 사람은 12억5800만원을 쓴 박모씨.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0%를 훌쩍 넘은 93%까지 뛰었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경매본부장은 “감정가의 90% 이상은 시중 급매물보다 비쌀 수 있어 응찰자들이 웬만하면 입찰가로 써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매매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의 임대주택 과세 방침 이후 주택 매매시장은 시들해졌지만 경매 시장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경매 건마다 사람들이 몰리고 낙찰가율은 급상승한다. 아파트는 물론 연립·다세대에까지 응찰자수나 낙찰가율이 최근 4-5년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31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27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84.2%로 2010년 2월(84.4%) 이후 가장 높다. 건당 응찰자수는 8.4명으로 지난달(8.8명)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경매 응찰자는 2009년 4월(9명)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가 대표적 사례다. 모두 27건의 아파트 매물이 나와 16건이 낙찰됐다. 10건 중 6건이 주인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중 9건이 낙찰가율 90%를 넘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8㎡형의 경우 작년 10월 있었던 첫 번째 경매에 한 사람도 응찰하지 않았으나 이번엔 15명이나 몰렸다. 감정가 8억6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1차례 유찰돼 입찰 가능 최저가가 6억8800만원이었지만 8억7111만원에 입찰한 사람도 있었다. 낙찰가율은 결국 100%를 넘긴 101.29%를 기록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활기를 이끌고 있는 것은 중소형 아파트”라며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과열양상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 경매에도 나타난다. 이달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 경매엔 건당 평균 5.3명이 응찰했다. 이는 2010년3월(5.6명)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사람이 몰리니 낙찰가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평균 74.8%로 2012년4월(74.9%) 이후 가장 높다.

요즘은 연립·다세대도 낙찰가율 100% 이상인 경우가 흔하다. 25일 경매가 진행된 종로구 평창동 경남평창빌라 62.3㎡는 8명이 입찰해 2억700만원(낙찰가율 103.5%)에 낙찰됐다. 24일 처음 경매에 나온 감정가 7500만원인 송파구 문정동 우암빌라 22.44㎡는 유찰없이 바로 7760만원(낙찰가율 103.48%)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임대주택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매매시장이 주춤한 만큼 경매 입찰가를 정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매시장에 다시 급매물이 쌓이면 자칫 경매시장에서 시중 급매물보다 비싸게 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로 주택을 구입할때는 유치권, 법정지상권, 숨어있는 임차인의 대항력 등 예쌍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명도비용 등 추가 비용도 생길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시중 급매물보다 싸게 사는 게 경매 참여의 목적인 만큼 매매시장 상황을 수시로 판단해 입찰가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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