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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과 김일성의 駐北미군
북한이 또 핵을 가지고 위협하고 있다. 새 형태의 핵실험과 (적들은) 상상 못할 후속조치가 준비돼 있다며 전 세계를 겁박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째 이어지는 세습정권에서 핵 협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가 김일성 정권 때 있었다. 1994년 6월 17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 중재 차 평양에서 김 주석과 대면했다. 이미 미국에선 영변 핵 시설 폭격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상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김일성은 카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군 주둔 이유가 중국 견제용이라는 걸 안다. 그렇다면 남쪽보다 북쪽에 두는 게 훨씬 낫지 않느냐. 남조선에 주는 경제적 혜택을 북한에 주면 평화유지 성격의 주한미군 주둔을 우린 반대하지 않겠다.”

카터는 화들짝 놀랐고 즉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알렸다. 초읽기에 들어갔던 영변 폭격 계획은 즉각 취소되었고 급기야 북핵 포기, 북ㆍ미 수교 등을 골자로 한 10월 제네바 협의로까지 이어졌다. 7월 25~27일 남북 정상회담 날짜도 정해졌다. 북핵 해빙 기류는 그러나 7월 7일 급작스런 김일성 사망으로 모든 게 무산됐다. 그때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못한 북핵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영변 폭격을 그때 저지시킨 게 후회된다”고 술회했다 한다.

당시 김일성의 코멘트가 급박했던 대북 제재를 피하려는 꼼수였을 수도 있다. 그런 게 북한의 외교술이니까. 하지만 그때 이후 북한은 늘 핵을 마지막 보루로 삼아 세계와 맞서고 있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통일 대박’을 얘기하는데 북은 계속 핵 무장으로 엇박자를 놓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조진래 논설위원/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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