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온전히 홀로서는 일은 쉽지 않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해 떨어져 나오는 일부터 밥벌이를 하는 일까지 혼자서 살아가기에 만만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밴드의 일원에서 솔로로 독립하는 일 또한 홀로서기와 흡사하다.

백가영은 버스킹(거리 공연)의 최강자인 밴드 좋아서하는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해왔다. 그는 기성 가수들도 앨범 하나 내기 어려운 세상에 버스킹으로 수 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잘 나가는 밴드의 일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솔로 독립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하루에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앨범들이 쏟아지는 홍대 인디 신에서 든든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니 말이다.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예명으로 미니앨범 ‘반대과정이론’을 내놓은 백가영을 지난 26일 홍대의 한 주점에서 만나 함께 ‘치맥’을 뜯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로 안녕하신지 말이다.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여러분은 ‘안녕하신가영?’

백가영은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베이스를 전공한 후 다양한 세션으로 활동하고 밴드 활동도 벌였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작곡가”라며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는 일이 즐겁긴 했지만 어렵더라도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솔로 독립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체질상 밴드 활동이 맞는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멤버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4년 넘게 밴드 안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며 “밴드의 탈퇴는 지난해 여름부터 결정된 일이었고 멤버들도 모두 응원하며 격려해줬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반대과정이론’을 비롯해 사랑의 시작을 노래한 ‘너에게 간다’, 아무런 이유 없이 차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 ‘네가 좋아’, 오래된 연인들의 권태와 자존심 싸움을 그린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 헤어진 후의 감정을 노래한 ‘그릇’ 등 5곡이 담겨있다. 앨범의 세 번째 트랙에 자리 잡은 ‘반대과정이론’을 중심으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곡이 각각 데칼코마니 형태로 배치돼 있다. 백가영은 작사ㆍ작곡ㆍ편곡부터 프로듀싱까지 혼자 도맡아 앨범 작업을 진행했다. 원모어찬스의 박원이 ‘네가 좋아’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반대과정이론’이라는 다소 생소한 앨범의 제목은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솔로몬(Richard Solomon)의 이론으로부터 착안했다. 솔로몬의 이론에 따르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이 주어지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반대 감정의 자극이 따라온다. 백가영은 솔로몬의 이론을 사랑의 감정에 대입해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백가영은 “솔로몬의 이론을 접한 뒤 사랑은 이별과 동시에 존재하며 사랑의 감정은 중간이 없는 끝과 끝의 감정들로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기쁨이 있어 슬픔이 존재하듯, 이번 앨범은 변치않고 지속되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가영은 좋아서하는밴드 시절 ‘잘 지내니 좀 어떠니’ ‘길을 잃기 위해서’ 등의 곡을 통해 귀에 쉽게 감기는 싱그러운 멜로디로 발군의 작곡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밴드라는 틀에서 벗어난 백가영은 어쿠스틱 악기의 소편성부터 풀 밴드까지 특유의 다양한 편곡으로 멜로디를 연출하며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면, 어쩌면 너도 나를 사랑했을 텐데”(반대과정이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란 생각에 우리 서로 너무 표현하지 않은 건지”(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말) 등 가사의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게를 잊게 만드는 편안함은 멜로디로부터 온다.

백가영은 “지금은 내 곡을 내가 직접 부르고 있지만, 내 목소리로 부르기 어려워 쌓아둔 곡들이 적지 않다”며 언젠가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좋은 곡을 줄 수 있는 작곡가로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여러분은 ‘안녕하신가영?’

백가영은 다음 달 13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클럽 오뙤르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다. 원모어찬스의 박원과 듀오 스웨덴세탁소가 게스트로 함께 한다. 또한 그는 다음 달 17일 발매되는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MINT PAPER presents bright #2’에도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란 곡으로 참여한다. 백가영은 “좋아서하는밴드 시절에 출연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솔로로도 꼭 한 번 올라보고 싶다”며 “현재 망원동에 살고 있는데 밴드 장미여관의 멤버 육중완을 종종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곤 한다. 기회가 되면 ‘장미테레비’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