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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 포토스토리] 할리, 네가 있어 내 심장이 뛴다
질주의 계절, 봄…할리 데이비슨 클럽 멤버 100명 ‘짜릿 라이딩’
밤 11시 아이들을 재우고 지하주차장 한편에서 겨울 동안 덮어놨던 커버를 벗긴다. 희뿌연 먼지가 코로 들어오지만 입가엔 미소가 맴돈다. 정성스럽게 먼지를 털고 모레 있을 라이딩을 위해 왁스칠을 하다 보면 어느덧 날을 샌다. 시동을 걸어본 할리데이비슨의 바위를 깨는 듯한 엔진소리에 움츠려 있던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한다. 밤샘작업에 피곤한 몸이지만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쉽게 잠자리에 못 든다. 모터사이클이 취미인 사람, 그 중에서도 마지막 기착지라는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의 가슴에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지난 3월 9일 서울ㆍ경기도 지역 6개 할리데이비슨 클럽 멤버 100여명이 강원도 철원군 장흥리에 모여 ‘안전기원제’를 열었다.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50여대의 엔진에서 뿜어대는 열기에 이들의 얼굴은 벌써부터 상기되어 있다. 라이딩의 시즌을 알림과 동시에 한 해 동안도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서로를 형제라 칭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졌지만 이들은 ‘할리’라는 구심점으로 똘똘 뭉쳐 있다. 누구나 탈 수는 있지만 아무나 멤버가 될 수 없기에,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없으면 대열투어가 이루어질 수 없기에 이들은 서로를 제2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


할리데이비슨만 6년째 타고 있는 서울 대림동에 사는 이영훈(41ㆍ자영업) 씨는 “우리는 일탈을 꿈꾸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바이크에 오른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동안 묵혀두었던 가슴 속 응어리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이때의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며 할리를 타는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보통 나이대가 30대 후반에서 70대까지로,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취미이기에 그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강하다. 특히 안전운전에 만고의 노력을 기한다. 맨 앞줄에서 대열을 지휘하는 로드마스터의 수신호에 절대 복종하며 속도와 방향을 제어한다. 과속금지, 추월금지, 경적금지, 차간거리 유지, 차선유지 등등 지켜야 할 수칙도 많다. 바로 자유로움을 위한 자기통제가 필수이며, 이것이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의 바른 정신인 것이다.

오늘도 이 중 상당수는 라이딩이 있는 일요일을 위해 6일 동안 가족과 사회에 책임을 다해 얻은 ‘할리행 티켓’을 끊고 경춘가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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