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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살 알레르기 여든 간다’…‘알레르기 행진’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최 모씨(29)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 콧물과 재채기는 물론이고 코가 막히는 증상 때문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대인관계에 있어 불편한 점이 많아 증상이 심할 때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곤욕스러운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최씨에게 알레르기는 평생을 따라다닌 ‘악연’이다. 비염 외에도 복숭아에 대한 식품알레르기도 항상 최씨를 따라다닌다. 어려서는 복숭아를 먹었다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바람에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지금도 복숭아를 쳐다보기만해도 온몸이 간지럽다.

알레르기 환자에게 봄은 달갑지 않은 계절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요인이 다른 계절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꽃가루는 물론, 황사, 온난화 등 우리 몸의 컨디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알레르기를 계절탓, 환경탓으로 돌리고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진행하게된다. 일반적으로 유아기적 알레르기 질환이 비염과 천식등 심가한 질환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알레르기 행진’ 이라한다. ‘알레르기’ 치료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란, 알레르기 질환이 특징적으로 순서에 따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영아에게서 발생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절정을 이루다가 수그러들면서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천식의 형태로 옮겨가는 식이다. 알레르기 행진에 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5세 이전에 아토피 피부염이 관찰된 환자를 7세까지 추적한 결과 이들의 43%에서 천식이 발생했고, 45%에서 알레르기비염이 관찰된 것을 확인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아토피피부염은 이후 발생할 호흡기 알레르기에 대한 예측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알레르기 행진의 주요 현상들은 1980년대 해외에서 이미 연구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행진을 차단하는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알레르기 행진에 관한 기존 연구를 토대로 봤을 때 아토피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는 생후 2년 동안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은 비교적 후기 아동기에 발생한다. 또 알레르기 비염은 아동기에 시작되지만 청년기에 발생하기도 하며 알레르기비염과 천식 발생률은 흡입 알레르기에 대해서 감작되는 것과 비례해서 증가한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과 종류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재채기, 콧물, 코 가려움 등의 증상을 보이는 코 점막 질환이다. 재채기가 5~6회, 많게는 10회 이상 계속돼 환자를 탈진 상태에 이르게도 한다. 물처럼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목구멍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콧 속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점막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투과시켜 알레르기 염증을 일으키고 이때 분비되는 염증 매개체들이 콧 속을 자극하면서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봄철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꽃가루의 량이 증가하고, 일교차 찬바람 등 코 점막을 자극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황사와 같은 오염 물질은 비점막을 손상시키는 1차 공격자 역할을 하여 꽃가루 등 알레르기 물질들이 2차로 쉽게 점막을 투과하게 해준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꽃이 피고 시기가 앞당겨지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 것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알레르기성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이 폐 속에 있는 기관지까지 침범하여 자극에 예민해져 기침, 가슴답답함 등의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공기가 흐르는 길이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인해 점막이 부어 오르고 기도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때로는 심한 발작으로 호흡기 곤란할 때가 있는데, 이때 환자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하는게 우선!

우선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들은 대부분 풍매화다. 자작나무나 오리나무, 밤나무, 참나무 등은 국내 환자들에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나무들이다. 이 나무들은 봄꽃이 피는 3~5월 많은 꽃가루를 내뿜고, 바람이 이를 확산시켜 알레르기 환자들을 곤욕스럽게 한다. 봄철에 발생하고 악화되는 알레르기가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근처 산 등에서 날아온 풍매화 가루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정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실내 원인물질은 집먼지진드기로, 이불 쇼파 등 천 소재에서 쉽게 서식한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불은 자주 햇볕에 말려 소독하고 쇼파는 천보다 가죽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카페트나 천 소재의 커튼을 피하고, 애완동물은 키우지안는 것을 권한다. 그러나 회피하는 방법만으로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우리 주변에는 환자가 인지할 수 없는 수많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널려있기 때문에 완벽한 회피는 어렵다.

▶정확한 진단은 어떻게 할까.

대표적인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인 비염과 천식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알레르기의 원인 물질을 찾아 접촉을 차단하는게 필요하다. 간단한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찾아내는데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개털, 고양이털, 곰팡이 등 50~60종의 물질을 피부에 묻혀 바늘로 자극해 피부 반응을 살피게 된다. 검사 일주일 전에는 감기약, 천식약, 기타 약품, 카페인 등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원인물질을 회피함으로서 알레르기가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 같은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한다.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신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국소용 약제들이 개발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면역요법을 고려할 수 있는데,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적은양부터 주사 또는 복용방법으로 서서히 증량 투여하면 면역반응을 변화시켜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체질에 따라 원인 알레르겐에 따라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

유아기의 아토피피부염이나 식품알레르기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많다. 하지만 이같은 질환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혹은 성인이돼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실제로 병원을 찾은 알레르기 비염, 천식 환자들의 상당수가 어릴 적 아토피, 식품알레르기와 같은 또다른 유형의 알레르기를 앓았던 경력이 있다. 알레르기는 방치하면 그대로 지속되는 질병이 아닌, 계속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하고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병임을 인식하고 이를 깨닫는 즉시 병원을 찾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법을 찾는게 중요하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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