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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 사고기 승객은 모두 잠만 잤나?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편명 MH370)가 실종 17일만에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그래도 사고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사고기의 총 비행시간은 7시간30분. 8일 목적지인 베이징 도착 예정시간(오전6시30분)을 1시간40분이나 초과해 완전히 엉뚱한 인도양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승객 227명과 조종석을 제외한 나머지 승무원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는 지에 관한 의문이 남는다.

MH370 출발시간은 8일 오전0시41분. 올빼미족이 아니라면 대개 잠에 들 시간이다. 40분 뒤인 오전1시28분 사고기는 보잉777의 허용고도를 초과한 4만5000피트(1만3700m) 상공을 예정 항로의 반대편을 향해 날고 있었다. 이어 다시 허용한도 이하인 2만3000피트(7000m)까지 급강하했다. 승객은 이런 급작스런 고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26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급한 고도상승은 저산소증을 유발해 사람을 의식불명 상태,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조 파팔라르도 파퓰러메카닉스 선임기자는 “무서운 시나리오는 승객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고, 압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고, 산소가 떨어졌다는 걸 알아채는 것”이라며 “그보다 나은 시나리오는 승객들이 충격이 있을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그는 기기고장, 기내 도발 등 돌발 상황이 없었다면 “비행기가 경로를 이탈해 수시간을 날아도 승객들은 몰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출 시간에 사고기는 베이징과 지구 반대편인 인도양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 때 태양이 반대편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걸 알아챌 승객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베이징간 노선을 자주 경험한 승무원은 얘기가 다르다. 이들이 수시간 동안 침묵한 배경도 의문이다.

아침에서야 승객들이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면 왜 즉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9ㆍ11테러 당시 여객기가 납치됐을 때 승객들은 지인들과 통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었다. 영국 크랜필드 대학의 비행데이터 전문가인 데이비드 배리는 “3만피트 상공을 시속 500마일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휴대전화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제국에 신호를 보내는 장치인 ‘트랜스폰더’가 수시간 째 꺼졌는 데도 관제탑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수사 단계에서 풀어야할 의문이다. MH370의 트랜스폰더는 이륙 후 40분이 지난 오전1시21분에 남중국해 상 베트남 영공 진입 직전에 꺼졌다. 만일 유럽에서라면 관제탑의 누군가가 알아채고 즉각 경고음을 울렸을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스티브 버지건 전 보잉777기 조종사는 “베트남 영공에 들어서기 전 VHF주파수로 약 10분가량의 ‘난청지대’가 있다”고 BBC에 전했다. 말레이시아 관제탑은 베트남으로 들어간 여객기를 잊었고, 베트남 관제탑이 의식하지 못한 10분 사이에 사고기는 방향을 돌려 사라졌을 수 있다. 또 양국 관제탑이 실종을 뒤늦게 알아채고 쉬쉬했을 수도 있다.

첫번째 회항 시 급격한 방향 전환도 여전히 의문이다. 화재나 급감압 등 이상시에만 그런 방향 전환을 하기 때문이다. ‘조종사 자살 비행’은 추정만 있지 신빙성있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테러 연계 시나리오도 아직 살아있는 가정이다. 테러범이 조종석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승무원이 긴급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조종석 진입문은 보안장치가 돼 있다. 조종사가 테러범과 친분이 있어 조종석에 데려왔을 수 있다. 지난달 발생한 에티오피아 여객기 사고에서 부기장은 기장이 화장실에 갈 때를 이용해 비행기를 납치했다.

이 모든 의문들은 사고기의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서 풀 수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수색 작업은 실종 28일째인 다음달 5일쯤에나 시작된다. 블랙박스가 심해 속에서 신호를 보내는 기한은 30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색 범위는 알라스카 주 보다 조금 작은 면적인 160만 ㎢에 달한다. 미 해군 대변인은 블랙박스 수색장치 ‘토우드 핑어 로케이터(TPL)’는 시속 3노트로 움직이며, 하루 242㎢ 정도만 수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틀 안에 블랙박스를 찾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인 셈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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