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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장서 돈만 찾아주면 고소득”…알고보니 대포통장 인출 알바
군 입대 전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만 19세 A 씨는 우연히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통장 ATM기기에서 돈을 인출해 보내주기만 하면 수고비의 1.5%를 주겠다”는 구인 광고를 발견했다. 미심쩍긴 했지만 어렵지 않은 일이라 선뜻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총 2억3000만원의 돈을 인출해 구인 광고 게시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A 씨가 돈을 인출한 계좌는 중국에 근거를 둔 불법 대출사기 조직이 모집한 대포통장이었다. 고수익 단기 알바를 찾던 A 씨는 얼떨결에 범죄 피의자가 됐다.

최근 이처럼 “계좌에서 돈만 인출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구인 광고에 속아 무심코 범죄에 가담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6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대출사기 조직이 올려놓은 인터넷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보고 대포통장에서 약 53억7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인출한 인출책 피의자 1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알바천국,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알선 사이트에서 ‘고수익, 일당 보장’ 등의 광고글을 보고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피의자 중 3명은 전과가 전혀 없는 만 19세 남성들로, 군에 입대하기 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인터넷 광고를 보고 피해금 인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범행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 후 인출금의 1.5% 정도를 대가로 받았으며, 많게는 14억원가량을 인출한 피의자도 있었다.

이처럼 간단한 작업만으로 고액을 받을 수 있는 ‘인출책’ 아르바이트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인출책들은 단순히 ATM기기에서 돈을 인출해 전달하는 일만 하면 되는 만큼, 본인도 범죄에 가담했다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일부 구인 사이트에는 “인출책 아르바이트 했는데 법적으로 문제 없는 거죠?”라는 게시글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출책 피의자들이 대개 단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20대 젊은이들이라는 점에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의 모니터링 강화와 대부업제도의 개선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최대 아르바이트 사이트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불량한 구인 공고를 추적하고 있지만 겉으로 봐서 멀쩡한 구인 공고의 경우 사전에 체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사후에라도 발견하면 해당 업체를 차단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중국에 근거를 둔 금융사기 조직들은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인출책으로 모집하는 방법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간다”며 “압수품을 근거로 대포통장 모집책 3명은 추적 중이지만 중국 콜센터는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구직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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