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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기완 신경림 유홍준 등 예술인 79명…‘용태兄’ 사랑합니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김용태 선생, 그러면 나는 이내 대륙이 떠오른다. 그의 주머니는 늘 열려 있다. 닫힌 적이 없었다. 그의 눈도 늘 열려 있다. 자고 나면 펼쳐지는 내일을 넘어, 끝없는 미래를 헤아리는 그의 마음을 보시라. 김용태 선생은 마땅히 들풀임을 살아왔다. 짓밟힐수록 고개를 들어온 그의 한 살매(일생)를 보시라"(백기완)

“그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그럴 듯한 것으로 채우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 비어 있으면서 다른 것으로 가득 채우는 사람이다. 나는 그가 술을 마시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송)

김용태 전 민예총 이사장.

“나는 그의 교유의 폭이 넓은 데 놀라고 유연한 대인관계에 놀라고 일의 추진력에 놀라고 순발력에 또한 놀랐다. 우리의 문학예술이 이만큼의 환경을 획득하고 있는 데는 김용태 화백같은 헌신적인 운동가의 희생이 적지않았다는 점,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용태 화백은 어제 큰 일을 한 사람이지만, 오늘 정말로 필요하고 내일 더욱 필요한 사람이다.”(신경림)

“임작가, 차비 있냐? 용태 형은 누구에게나 헤어질 때 꼭 차비 있냐고 물었다. 나는 대학교수고, 형은 늘 직업이 불안했는데 그런 형이 차비를 물으니 감동일 수밖에... 그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손들고 뛰쳐나갔다. 모두 망설이고 주저하며 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형은 즉발적으로 자원하고 나섰다. 모든 일이 다 민주화와 연결된 일들이었다.”(임옥상)

강요배가 그린 김용태 선생 초상.

‘현실과 발언’ 창립(1979년) 동인으로 출발해 민예총 초대 사무처장과 이사장을 지낸 김용태 선생(68)을 사랑하는 이들이 책을 출간했다. 강성원 강요배 구중서 김윤수 김진송 노원희 민정기 박불똥 박재동 백기완 성완경 손장섭 신경림 심광현 심정수 염무웅 윤범모 이부영 주재환 최태만 홍선웅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 46명은 김용태 선생의 지난 40여년 활동상을 돌아보며 책 ‘산포도 사랑 용태형’(현실문화 간)을 펴냈다.

미술가 시인 평론가 목수 언론인 출판인 문화행정가 만화가 등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필자들은 저마다 김용태 선생과의 인연, 예술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그의 족적, 인간 됨됨이 등을 흥미롭게 기술했다.

이번 책은 미술사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작가 임옥상 등 ‘용사모’(김용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투병 중인 김용태 선생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했다. 제목의 ‘산포도 사랑'은 김용태 선생이 술자리에서 늘 즐겨 불렀던 ’산포도 처녀'에서 따왔다. 포도 송이의 알들은 제각각이지만, 언제나 하나로 단단하게 뭉쳐있듯 엄혹했던 시절을 함께 뚫고 나갔던 이들의 공동체 의식과 민주화 정신, 생생한 추억담 이 책 속에 켜켜이 녹아들어 있다.

미술사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1990년대 민주화가 되기까지 민중미술 진영이 하나로 뭉쳐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용태 형 덕”이라며 “그를 기리는 책을 펴내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두들 원고를 보내왔다. 원고 늦게 주기로 유명한 분들까지도 이번만은 예외였다”고 했다.

이어 “용태형은 민주화운동, 민족미술 진영의 심부름꾼으로 일생을 살아왔다. 어느 단체이든 개인적 욕심을 앞세우거나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매명이나 이익을 뒤로 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데 그 단체가 잘 돌아가려면 용태형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용태형은 큰 일을 앞뒀을 때 박력이 있으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인간미가 있었다”며 “그러나 주둥이로만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 먹물냄새만 피우는 사람에겐 가차없이 막걸리 주전자가 날아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용사모’측은 책 출간에 즈음해 전시회도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함께 가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26일 개막되는 전시회에는 강요배 권순철 김인순 김정헌 노원희 민정기 발불똥 박진화 신학철 심정수 안규철 윤석남 이종구 임옥상 주재환 황재형 등 43명의 작가가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리며,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POWER of LOVE(사랑의 힘)‘라는 제목으로 미술경매도 진행된다.
출판기념회및 ‘함께 가는 길’ 전시의 개막식은 오는 26일 오후 5시 가나아트센터에서, 경매는 30일 오후 4시 서울옥션 스페이스에서 각각 열린다. 경매 수익금은 김용태 선생의 병원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은 독립큐레이터 전승보 씨는 “민주화를 위해, 문화예술계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은채 헌신했던 김용태 선생을 응원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을줄 몰랐다. 원고료도 없는 책에 기꺼이 글들을 보내주셨고, 작품을 출품해주셨다.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은 김용태 선생이 계간 미술전문지 ’가나아트‘에 잠시 몸담았다는 인연으로 전시장을 흔쾌히 내줬고, 경매 수수료도 받지않겠다고 했다. 모두 김용태 선생이 꿈꾸는 산포도 같은 공동체사회를 소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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