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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데이터> 나치 약탈 432억 명화, 73년만에 주인 품으로
마티스 作 ‘벽난로 앞 푸른 옷의 여인’
佛 미술상 후손들 2년 노력끝에 반환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이 약탈한 ‘현대 미술의 거장’ 앙리 마티스의 작품이 73년 만에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432억원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을 되찾은 소유주의 후손들은 지난 2년 간 반환을 위해 쏟은 노력을 보답받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르웨이 최대 현대미술관인 헤니 온스타 아트센터는 최근 앙리 마티스의 작품 ‘벽난로 앞 푸른 옷의 여인’(Woman in Blue in Front of a Fireplace, 81㎝×60㎝)을 원래 소유주였던 폴 로젠버그의 가족에게 반환했다.

푸른 옷을 입고 벽난로 앞에 앉아있는 여성의 옆모습을 그린 이 초상화는 ‘마티스 예술’이 정점에 달한 1937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그 가치는 4000만달러(약 4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유태계 프랑스인 미술상이었던 로젠버그가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으나, 나치 독일은 프랑스를 점령한 이듬해인 1941년 9월 이 작품을 압수했다. 나치 정권의 2인자이자 비밀경찰 게슈타포를 창설한 장본인인 헤르만 괴링 루프트바페(공군) 총사령관은 당시 프랑스 예술품 약탈에 열을 올렸고, 로젠버그가 갖고 있던 마티스의 작품을 포함한 미술품 162점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나치가 무너진 이후, 이 작품은 1950년 노르웨이의 선박 거물 닐스 온스타와 그의 아내이자 노르웨이 피겨스타였던 소냐 헤니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들은 1968년 현대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이 작품을 꺼내 전시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헤니 온스타를 대표하는 인기 전시품으로 자리 잡아왔다.


로젠버그 일가가 마티스의 작품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은 2년 전인 지난 2012년 부터다.

당시 독일 검찰은 나치 시절 미술품 거래상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의 아들인 코르넬리우스를 탈세 혐의로 조사하던 중, 그의 뮌헨 아파트에서 나치 정권이 약탈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술품 1400여점을 압수했다.

이 중 로젠버그가 빼앗겼던 마티스의 또다른 작품 ‘부채를 든 여인’(Woman with a Fan)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손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약탈품들을 돌려받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로젠버그의 후손들은 온스타 부부가 제값을 치르고 구입한 ‘벽난로 앞 푸른 옷의 여인’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 구를리트 측도 미술품을 “반환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배상금 없이는 돌려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헤니 온스타 측이 “약탈 미술품을 반환하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올바른 일”이라며 원 소유주인 로젠버그 후손들에게 되돌려주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마티스의 명화는 70여년만에 주인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로젠버그 일가의 변호사인 크리스토퍼 마리넬로는 “이번 일은 도덕적 권리가 법적 권리보다 앞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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